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10년 넘게 지극정성 간호했던 50대 여성이 뇌사상태에 빠진 뒤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
18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박세진(59) 씨가 지난달 단국대병원에서 심장과 폐, 간, 좌우 신장(콩팥)을 기증해 5명의 생명을 살렸다.
박 씨는 두달 전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식사를 준비하던 중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출혈로 인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상태가 되고 말았다. 가족들은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으며 박 씨가 다시 일어날 수 있길 간절히 기도했지만, 의료진으로부터 가능성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족들은 박 씨가 평소 장기기증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삶의 끝에서 남에게 좋은 일을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 기증을 결심했다고 한다. 누군가의 몸 속에서 기증한 신체의 일부분이라도 함께 살아 숨 쉰다고 생각하니 큰 위안을 얻었다고도 전했다.
천안시에서 6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박 씨는 쾌활한 성격으로 주변 사람에게 늘 베푸는 따듯한 사람이었다. 10년 전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자 89세가 되도록 모시면서 힘들다는 말 한번 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린 시절 어려운 시절을 겪었기에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보면 언제나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박 씨의 남편 김영도 씨는 “아내가 한국전력에서 환경미화로 17년간 일을 하면서도 어디 한번 놀러 가지 못하고 일만하고 살았다”며 “나를 만나 고생만 한 거 같아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렸다.
김 씨는 고인을 향해 “다음에는 더 좋은 세상에서 호강시켜 줄께. 그때까지 하늘에서 잘 지내고 있어. 그동안 당신 만나서 고마웠고 사랑해”라고 마지막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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