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 맑지만 북풍이 크게 불어옴. 배가 고정되어 있지 않아 간신히 배들을 보전했다. 하늘이 도우셨으니 천만다행이다.”
“9월 5일. 맑지만 북풍이 크게 불어옴. 각 배를 서로 보전할 수가 없었다.”
“9월 6일. 바람이 조금 가라앉음. 물결은 가라앉지 않음. 추위가 엄습해 격군과 군사들이 아주 걱정되었다.”
1597년 음력 9월, 불과 13척의 판옥선으로 133척의 일본 함대를 격퇴한 명량해전이 일어나기 열흘 전 이순신 장군이 남긴 일기다. 언제 일본 함대가 들이닥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바다 날씨의 중요성을 잊지 않고 매일 날씨를 기록한 지혜와 그 와중에도 부하들을 걱정한 따뜻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에 접해 있다. 그런 만큼 해양 기상정보는 예로부터 우리 삶의 터전을 지키고 생활을 영위하는 데 매우 중요했다. 특히 해양 기상 예·특보는 어민의 어업 활동에 직결된다. 서핑·낚시 등 해양 레저를 즐기는 데도 바다 날씨는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렇기에 바다 안개와 너울, 이안류(해안에서 바다 방향으로 흐르는 해류) 등으로부터 벗어나 안전한 어업 활동과 여가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해양 기상정보를 주의 깊게 확인해야 한다.
기상청은 1971년부터 무선 FAX를 활용한 해양 기상 방송을 제공했다. 특히 접근성을 높이고자 2019년부터는 ‘해양기상정보포털’을 운영하고 있다. 2020년에는 천리안위성 2A호를 활용한 고품질의 해양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등 효율적인 서비스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해양기상정보포털을 전면 개편했다. 이에 따라 항만, 항로, 레저, 어업, 안전, 안보, 바다 안개, 해양기후 등 8개 분야에 대한 수요자 ‘맞춤형 해양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 1시간 간격의 이안류 예측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바다 안개 맞춤형 서비스의 경우 기존 광안·영종·인천·서해대교에서 새만금 방조제까지 추가로 확대했다. 아울러 기상법 개정을 통해 어업 활동을 하는 국민들이 해양 기상 위성방송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제는 인터넷이 되지 않는 먼바다에서도 해양 기상 위성방송을 통해 쉽게 고품질의 해양기상정보를 접하게 되는 셈이다. 그만큼 훨씬 넓은 영역에서 고품질의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한 해양 정보의 다양화, 해양 기상관측망 등 환경적인 한계는 여전히 남아 있다. 변화무쌍한 바다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기상청의 노력과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우선 꼽히는 부분은 어업인들의 안전한 조업 활동을 지원할 ‘어업’ 맞춤형 서비스의 지속적인 보완 노력이다. 이는 어업인들의 생계는 물론 건강과 생명 등까지도 직결될 수 있는 사항이라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늘어나는 해상·해안 관광 수요에 발맞춘 ‘여행’ 맞춤형 서비스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항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필요한 분야와 원하는 곳에 꼭 맞는 해상 기상정보가 제공돼야 해상·해안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또 우리 국민의 어업을 포함한 각종 해상 활동의 안전도 보장된다.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해상 기상정보 제공이 뒷받침되는 안전하고 풍요로운 바다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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