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머리의 여성이 프랑스를 대표하는 미인 대회인 ‘미스 프랑스’로 선정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긴 머리의 풍만한 여성에게 왕관을 씌웠던 ‘미스 프랑스’의 전통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17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전날 열린 미스 프랑스 결선에서는 스무 살의 이브 질이 우승 왕관을 썼다. 질은 인도양에 위치한 프랑스령 레위니옹섬 출신의 수학 전공 대학생으로, 검고 짧은 헤어스타일이 눈에 띈다. 103년 대회 역사상 짧은 머리의 여성이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질은 대회를 통해 프랑스 최고 미인으로 선정됐지만 이후 온라인에서 질의 외모를 두고 의외의 불만이 나왔다. 질의 짧은 머리와 상대적으로 덜 굴곡진 몸매를 두고 전통적인 여성미 기준이 무시됐다는 것이다.
실제 질의 우승을 반대하는 일부 전통주의자들은 모두 여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다양성이라는 진보적 정체성을 강요하는 ‘워크(woke)’를 염두에 두고 질을 선정했다고 주장했다. 워크는 ‘깨어 있음’ ‘각성’ 등으로 번역되는 신조어로 보수 진영에서는 ‘정치적 올바름(PC)’ 이슈에 과잉 반응하는 이들을 비꼬는 의미로 쓰인다.
한편 주최 측은 이번 대회 우승이 다양성의 승리라며 높이 평가했다. 미인 대회는 1970년대 중반 이후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강요한다는 공격을 받아왔다. 이를 의식해 주최 측은 지난해 지원자를 24세 이상의 미혼이며 출산 경험이 없어야 한다는 규정을 폐지했다. 트랜스젠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미인 대회도 열었다. 당사자인 질 역시 당선 전 자신의 외모를 향한 비판에 대해 “우리는 긴 머리를 가진 아름다운 여성들에게 익숙하지만 나는 짧은 머리에 중성적, 좀 더 남성적인 외형을 선택했다. 나는 우리가 매일 참아야 하는 신체적 수치심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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