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유행하면서 ‘항생제 내성’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이 절반 이상 항생제 내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을 ‘조용한 팬데믹’이라고 부르며 심각한 보건 위협으로 간주한다.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를 잡기 위한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도 속도가 붙고 있다.
19일 질병관리청과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국내 유행하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중 마크로라이드 계열의 항생제에 내성을 나타낸 검체 비율은 51.7%로 파악됐다. 항생제 내성이란 세균이 특정 항생제에 저항력을 갖고 생존하는 능력을 말한다. 세균이 기존에 사용하던 항생제에 내성을 갖으면 기존 항생제로는 내성 세균의 감염 질환 치료가 어려워진다.
WHO는 항생제 내성을 10대 세계 공중 보건의 최대 위협 중 하나로 규정했다. 국제연합(UN) 산하 환경 전담 국제 정부 간 기구인 UNEP에 따르면 연간 전 세계 항생제 내성균 감염에 의한 사망자는 127만 명 수준으로 교통사고 사망자 120만 명보다 많다. 205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명이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슈퍼 박테리아에 작용하는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대웅제약(069620)은 생물·바이오 벤처기업인 노아바이오텍과 ‘내성 극복 플랫폼 기반 항생물질’ 공동연구 계약을 맺고 항생제 신약 개발을 추진한다. 노아바이오텍은 기존 항생제에 독창적 물질을 결합하고 항생제가 표적 세균 내부로 잘 전달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세균 내 항생제 농도를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성공하면 내성으로 사용이 어려웠던 항생제의 기존 효력 회복을 통해 다시 사용할 수 있고 신약 개발 기간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인트론바이오(048530)는 ‘박테리아의 천적’인 박테리오파지가 세균을 죽일 때 내뿜는 효소인 엔도리신을 활용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특정 박테리아만 선택적으로 감염시킬 수 있어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를 제거하고 환자가 복용하는 항생제 용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항생제 신약 파이프라인 ‘SAL200’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승인 받았다. 지난달 스위스 제약사 바실리아와 기술이전 조건부 계약을 체결해 파트너사가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인트론바이오 관계자는 “항생제 내성 문제는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20년 동안 새로운 항생제는 등장하지 않았다”며 “FDA가 항생제 임상시험 조건을 완화하면서 개발을 독려하고 있는 만큼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펩토이드는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통해 신약후보물질 ‘PCN1801’을 이용해 새로운 작용 기전의 물질을 발굴하고 있다. PCN1801은 펩토이드가 개발한 슈퍼항생제 화합물로 봉독의 주성분인 멜리틴과 비교한 결과 사멸기전은 비슷하지만 항균 효과는 더 우수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아미코젠(092040)은 엔도리신 계열을 이용한 상처 치료용 의료기기 개발에 나섰다. 원천기술을 보유한 리히텐슈타인 소재 기업 라이산도와 협력을 맺고 ‘2차 점착성 투명창상피복재’를 개발했다. 독일에서는 판매 승인을 받았고 국내에서는 허가를 진행 중이다. 아미코젠 관계자는 “장시간 잘 낫지 않는 만성창성 치료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