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송영길 민주당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이제 관심은 ‘국회’로 쏠리고 있다. 검찰이 돈이 마련돼 뿌려지는 과정의 ‘최정점’으로 지목된 송 전 대표를 구속한 데 따라 향후 수사 초점이 금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들에 맞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검찰이 송 전 대표를 최장 20일 동안 집중 수사하면서 돈봉투 수수 의혹 의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 등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18일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거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는 올 4월 12일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에 대한 압수 수색을 시작으로 수사에 착수한 지 8개월 만이다.
법조계 안팎에서 주목하는 건 법원이 송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밝힌 사유다. 법원은 발부 요인 가운데 하나로 ‘증거인멸 염려’를 꼽았다. 특히 ‘피의자가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당 대표 경선과 관련 금품 수수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점이 소명되는 등 사안이 중하다’고 명시했다.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해당 의혹의 실체가 있다고 인정한 셈이다. 법조계 안팎에서 돈을 마련해 뿌리고, 관여한 이들에 대한 수사가 어느 정도 진행된 만큼 향후 사정 칼날이 ‘누가 실제 돈봉투를 받았는지’로 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해당 의혹의 시작점으로 꼽히는 ‘이정근 녹취록’에서 몇몇 의원의 실명이 등장한 데다 검찰이 올 6월부터 국회사무처, 송 전 대표의 일정을 관리한 보좌진을 압수 수색하며 수수 의심 의원들의 동선을 확인해왔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검찰은 2021년 전당대회에서 송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경선 캠프가 같은 해 4월 28~2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과 의원회관에서 현역 의원들에게 뿌린 돈봉투가 20개(총 6000만 원)라고 보고 있다. 또 이를 민주당 의원 20명이 1개씩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이들 수수 의심 의원들을 순차적으로 불러 조사할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거론된 금품 수수 의원은 단 3명뿐이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녹취록에는 이성만 무소속 의원과 임종성·허종식 민주당 의원 등 3명이 등장한다. 이 전 부총장도 앞선 재판에서 녹취록 내용을 설명하면서 3명 의원이 언급된 게 맞다고 진술한 바 있다. 윤 무소속 의원 등의 재판 과정에서도 돈봉투가 살포된 회의체에 한 번이라도 참석한 것으로 보이는 의원 21명의 실명 정도만 공개됐다. 게다가 금품 살포 등 과정이 은밀하게 이뤄져 혐의 입증이 정황·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윤 의원은 물론 송 전 대표의 전직 보좌관인 박용수 씨 등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핵심 피의자들이 본인 혐의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살포 과정 등에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게다가 내년 총선이 ‘초읽기’에 돌입한 점도 수사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 검찰이 송 전 대표에 대한 조사와 함께 수수 의심 의원들에 대한 줄소환 등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송 전 대표가 구속되면서 수사 선상에 오른 이들에게 다소 심경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전반적인 수사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동선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워 진술에 의존해야 하는 데다, 현역 의원을 상대로 한 수사가 총선을 4개월 앞둔 시기에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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