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복궁 담벼락이 두 차례나 스프레이 낙서에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첫 번째 훼손이 발생한 지 하루 만에 다시 모방 범죄가 이어진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관리 당국은 우리나라 대표 문화재인 경복궁 담벼락이 낙서로 훼손되는 것을 바로 알아채지 못했고 경찰은 강화된 순찰에도 모방 범죄를 막지 못했다.
경복궁은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지만 접근이 쉬운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훼손의 우려가 크다. 문화재는 한 번 망가지면 복구가 어렵고 회복에도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이번 사건은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문화재에 대한 사실상의 테러 행위다. 경찰은 용의자를 검거하면 문화재보호법을 적용한다는 방침인데 신속히 검거해 최대한 엄벌에 처해야 한다. 문화재보호법은 ‘누구든지 지정문화유산에 글씨 또는 그림 등을 쓰거나 그리거나 새기는 행위 등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어길 시 원상 복구를 명하거나 관련 비용을 청구할 수 있으며 지정문화재의 현상을 변경하거나 그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 같은 규정에도 불구하고 문화재가 낙서로 훼손되는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월 경기도 지정문화재인 여주시의 영월루가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됐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 성벽에도 낙서가 새겨진 적이 있다.
이처럼 문화재 훼손 사건이 이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문화재 관리의 사각지대를 제대로 보완하지 못했고 처벌이 미약하다는 것이다. 순찰을 강화하고 CCTV 추가 설치와 관제센터 연계 등의 실질적인 예방책 마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문화재 훼손은 중대 범죄행위로 보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문화재 보존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 방안도 함께 모색해 다시는 문화재 테러를 자행하거나 공권력을 조롱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얼마 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는 독일인 관광객 두 명이 문화유산인 벽돌 기둥에 스프레이 낙서 테러를 저질러 붙잡히는 일이 있었다. 피렌체시 당국은 범행 이틀 만에 용의자들을 검거했고 1만 유로에 달하는 낙서 제거 비용 변상 등 강력한 처벌 의지를 나타냈다. 우리 정부도 문화재 훼손에 대해서는 강력한 의지로 엄벌에 나서야 한다.
우리는 2008년 대한민국 국보 1호인 숭례문을 화재로 잃을 뻔했다. 결국 어렵게 복원했지만 화재 당시 불길에 휩싸인 숭례문을 지켜보며 온 국민이 탄식해야만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역사가 물려준 소중한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도록 이번 일을 문화재 관리 강화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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