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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다시보기] 여전히 유효한 진정한 예술

심상용 서울대학교 미술관장

피터르 브뤼헐, 농부와 새둥지도둑(The peasant and the birdnester), 1568, 나무판넬에 유화, 23.23" x 26.77"




1568년작 ‘농부와 새 둥지 도둑’은 네덜란드의 가장 걸출한 화가 피터르 브뤼헐이 죽기 1년 전에 그린 그림이다. 크기는 비록 작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적지만 않다. 그림에는 새 둥지 도둑과 새 둥지를 가리키는 농민, 두 인물이 등장한다. 내용은 네덜란드의 속담에서 왔다. ‘새 둥지가 있는 곳을 아는 사람은 지식을 갖지만 그것을 훔친 사람은 단지 그 둥지만을 가질 뿐이다.’ 새 둥지가 어디 있는지를 알고 있는 농부야말로 진정한 지혜자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반면 새 둥지를 훔친 도둑은 몇 개의 새알을 갖는 대가로 지혜로부터 추방되고 마는 어리석은 자다.

브뤼헐은 삶의 지혜를 강조한다. 그에게는 삶의 지혜가 예술의 출처이기도 했다. 이 작고 함축적인 드라마는 목전의 이익을 즉각적으로 취하는 능동적이고 사악한 사람과 수동적으로 보이지만 역경에도 불구하고 고결함을 지켜내는 사람 사이의 도덕적 대조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설교 조는 아니다. 브뤼헐의 재능은 관람자를 질문에 참여시키고 주의를 집중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브뤼헐의 지혜자 농부는 거의 매춘부가 되다시피 한 당대 예술을 지켜보는 레프 톨스토이의 모습과 크게 닮아 있다. 언제든 팔릴 준비를 마친 예술, 주문이 있기만 하면 언제든 직공(처럼 된 예술가)의 손에서 제작되면 그만인 예술, 물질에 치우친 예술이 그런 예술이다. 물질(주의)에 치우친 것들이 하는 일의 결말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권태롭다. 지혜로부터 멀어지고, 쾌락을 따르고, 정신이 쇠약해지는 것이다. 물질적인 예술은 늘 짙은 화장에 의존하고 있기에 자각은 쉽지 않다. 반면 진정한 예술은 ‘사랑 받는 아내와 같이’ 화장을 하지 않아도 된다. 진정한 예술은 예술가의 삶의 경험의 열매로서 그 정신 속에서 익는 것이기에 주문·납기일 등과 어울리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결과는 참으로 소중하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새로운 감정”을 샘솟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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