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을 상대로 일제 강제동원의 책임을 묻는 '2차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자와 유족 측이 최종 승소했다. 무엇보다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던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까지 일본 기업이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불가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21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이날 오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배상금과 지연손해금 등으로 각각 1억~1억 5000만 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확정된 총 배상금은 11억 7000만 원이다. 다만 일본 기업들이 앞서 확정된 판결에 따른 배상금 지급 명령도 이행하고 있지 않은 만큼 배상금이 실제로 신속히 이뤄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의 시효가 소멸했는지의 여부였다. 일본 기업 측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소멸시효가 이미 지났다고 주장했다. 일정 기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지 않아 권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 또는 그 상속인들에게는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피고(일본 기업)를 상대로 객관적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적시했다. 대법원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 사유’가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현재 각급 법원에 계류 중인 대부분의 관련 사건에도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의 주요 쟁점이었던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대법원은 또 “2021년 판결은 파기환송 취지의 판결로서 당사자들의 권리가 확정적으로 인정된 것이 아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들로서는 2012년 판결 선고 이후에도 개별적으로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을 통해 실질적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가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2년 일본제철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처음으로 배상청구권을 인정하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 바 있다. 이후 6년이 지난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일본 기업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최종적으로 확정됐다.
이번 소송의 원고는 곽 모 씨 등 7명이다. 1942년부터 1945년까지 국책 군수업체 일본제철에 강제 동원된 노역한 이들이다. 이들은 2013년 3월 일본제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이 10년 이상 지속되는 과정에서 피해자 모두 세상을 떠났다. 해당 소송은 2012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또다른 피해자들이 추가로 제기한 소송이라는 점에서 ‘2차 소송’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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