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파트 매매가는 하락하고 전세가는 오르면서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절대 거래량 자체는 줄었지만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비율은 되려 늘었다. 특히 서울은 집값이 비싸 ‘갭투족’이 접근하기 어려웠으나 과거 주택시장이 활황이었을때보다 매매가와 전세가격 차이(갭)이 크게 줄어든 점이 갭투자 증가의 배경이 되고 있다.
19일 아파트실거래가(아실) 앱에 따르면 서울에서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사는 비율이 지난 10월(7%)과 11월(6%) 한자릿수였으나 이달 들어 10%로 올랐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 3개월간 서울에서 갭투자 매매거래 증가지역 1위는 노원(23건), 2위 강동(20건), 3위 동작·성북구(15건)로 나타났다.
노원구는 최근 집값 조정 시기에 도봉·강북구와 함께 강남 등 가장 빨리 하락한 지역 중 하나다. 반면 전세가는 오히려 꾸준히 오르면서 갭이 줄어들고 있다. 실제 노원구에서 최근 이뤄진 갭투자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달 17일 상계동 대림아파트 83㎡가 5억 원에 거래됐는데 같은달 22일에 전세 보증금 3억 5000만원에 세입자를 들이면서 매수자는 1억 5000만 원의 갭으로 주택을 소유할 수 있게 됐다.
성북구 하월동 월곡두산위브 59㎡는 9월 25일에 7억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한달 뒤인 10월 25일 5억원 전세금으로 세입자를 들였다. 갭은 2억 원에 불과하다. 한창 집값 상승기였던 2020년 9월께 해당 아파트의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는 3억 원 가량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다소 줄어든 모습이다.
강동구에서도 둔촌동 율전에버그린 84㎡가 지난달 6일 5억 6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달 20일 4억에 전세계약을 체결하면서 갭은 1억 6000만원에 불과했다.
수도권의 경우 더 작은 갭으로 아파트 매매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전국에서 갭투 매매 거래량 1위 지역인 충남 아산시의 경우 1000만원 미만의 갭으로 아파트 매매 거래한 사례가 수두룩하다. 아산시 장존동 청솔아파트 전용 36㎡는 지난 10월 7일 5200만 원에 매매 거래 됐는데 전세금은 4800만 원으로 갭은 400만 원에 불과했다.
한편 내년 매매가는 떨어지고 전세가의 오름세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며 갭투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갭투자 거래 비율은 매매 거래량이 늘면 낮아지고 매매 거래량이 줄어들면 늘어나는 패턴을 보인다. 권대중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내년 갭투하기에 수월한 환경이 마련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당분간 매매 거래 자체가 일어나기 힘들고 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무리하게 투자를 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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