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China’를 강조하는 중국이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원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대만해협에서 군용기를 대거 투입한 실전 훈련을 잇따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미국도 중국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필리핀 등지에 항공모함을 전개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만을 놓고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돌발적 국지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을 비교하며 전쟁의 양상과 결과를 예상하는 시나리오를 공개하기도 한다.
이성훈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 발표한 ‘아태지역에서 미중의 군사력 비교와 시사점: 대만해협 위기 시나리오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유사시 대만 해협에서 위기관리를 통해 군사 충돌을 회피하는데 주력하겠지만, 자칫 불신과 오인으로 돌발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제3차 대만 위기(1995~1996년)가 사소한 사건에서 촉발됐듯이 양측의 군사적 긴장이 팽팽한 상태에서 무력시위 도중 오인 사격이나 불시의 항공기 접촉으로 사태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만약 대만 해협 분쟁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중국은 최우선적을 미사일 전력을 동원하는 동시에 항공 전력, 잠수함 및 수상함 전력을 투입해 미군의 대만 접근을 차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리적 측면에서 미국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괌 등 미군 기지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중국 해안에서 대만까지 거리는 150㎞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리적 이점을 살려 중국군은 대규모 중소형 미사일과 함정 및 디젤 잠수함을 운용에 들어갈 것이다.
여기에 중국 전투기들이 공중 급유기 지원 없이 대만 인근에서 작전을 펼칠 가능이 높다. 중국 동부, 남부 전구 소속의 항공력과 해군 항공에 속해 있는 140여대를 포함해 총 1100여대 전투기 작전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설 미국이 전개할 수 있는 공중 전력은 어떻게 될까.
미국이 투입 가능한 전투 임무기는 주한 미 공군 전력을 제외한 507여대로 구성될 수 있다. 이들은 인도태평양사령부 예하 공군 전력들과 미 해군, 해병대 전투기들로 구성된다. 알려진 바로는 주일미군을 비롯한 인도태평양공군사령부 예하 전투임무기는 총 210여대. 여기에 FA-18 등 미 해군과 해병대의 투입 가능 전력은 400여로 정치적 민감성을 고려하면 대략 70% 투입된다고 가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미 해군과 해병대가 투입할 수 있는 전투기는 288여대 수준이다.
따라서 투입할 수 있는 항공기 규모는 미국이 2.2배 정도 열세에 놓인다. 다만 F-22, F-35 등으로 구성된 미군 5세대 전투기 전력과 감시정찰(ISR), 전자전기 등 지원 전력 등은 수적으로 앞선 중국을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5세대 전투기인 J-20과 J-11/Su-30MKK 등 4.5세대 전투기를 일부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 J-7, J-8과 같은 3세대 전투기가 전력 핵심으로 구성돼 개별 능력에 있어 미국 보다 열세에 있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평가다.
해상에서 양국 전력 차가 어떨까.
미 해군의 인도태평양함대는 3함대(샌디에이고)에 항모 2척을 비롯해 전체 전력의 75%인 49척을 배치하고 있다. 7함대(일본 요코스카) 경우는 항모 1척 포함해 14척을 배치 중이다. 반면 중국 해군의 경우 북해함대에 19척(항모 1척 포함), 동해 함대에 27척, 남해 함대에 27척(항모 1척 포함)을 배치하고 있다.
잠수함 전력은 미국이 3함대에 35척, 7함대에 3척을 배치해뒀다. 특히 전략핵추진잠수함(SSBN)이 3함대에 배치돼 있다. 7함대에는 전술핵추진잠수함(SSN)만 배치했다. 중국 해군은 북해 함대와 남해 함대에 각각 1척과 3척의 전략핵추진잠수함을 배치 중이다.
항모 전력은 미국이 절대적 우위를 차지한다. 니미츠급 핵추진 항모는 대함·대공 능력에 있어 중국의 산동함과 랴오닝함 보다 월등히 앞선다. 중국은 걸음마 수준이다. 제3의 항모인 광둥함을 제작하고 있어 아직 작전 배치 조차 않됐다.
역시 해상 전력도 중국이 수적으로 다소 많을 뿐이다. 항모와 주요 수상함 전력에 있어 양적인 부분에서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질적인 면에서 미국이 절대적 우세다. 게다가 중국은 재래식 잠수함의 대부분을 차지해서 양적인 우세가 의미가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대만 해협이 아닌 중국이 대만 본토를 침공하면 어떨까.
대만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미사일 전력은 중국이 우세할 전망이다. 중국의 DF(둥펑)-21D, DF-26 등 대함 미사일 능력과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을 탑재할 수 있는 잠수함의 발전으로 중국의 전력이 앞선다.
실제 중국은 해안선을 기준으로 내륙 근거리로는 DF-11, 15 등 단거리 탄도 미사일(SRBM)을, 중간 내륙 지역으로 DF-21A/C와 같은 준중거리 탄도 미사일(MRBM)을 배치해 놓았다. 내륙에는 DF-3, 31 등 대륙 간 탄도 미사일(ICBM)이 배치돼있다. 특히 DF-21D, DF-26 등 미 항모를 겨눌 수 있는 미사일은 중부 내륙 쪽에 배치돼 생존성과 타격력이 보장된다.
무엇보다 항모 킬러인 DF-21D와 DF-26 미사일은 A2/AD(반접근·지역 거부) 전략의 핵심이다. 이들은 미국 항모 전단 접근을 차단하고 동북아 주둔 미군 기지를 위협할 전력으로 평가된다. DF-21D는 사정거리가 1500~2000㎞로 미사일에 장착된 여러 개 탄두가 각각의 추력 장치로 기동해 요격을 회피하는 ‘기동탄두재진입체’(MaRV, Maneuverable Re-entry Vehicle) 성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도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미국의 저명한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쇼(CSIS)는 올해 초에 2026년 중국이 대만을 침공을 가정한 시뮬레이션 결과인 ‘다음 전쟁의 첫 전투’(The First Battle of the Next War)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대만 침공으로 시작된 전투에서 단 3주 만에 목숨을 잃는 미군의 수는 3200명 정도로 관측됐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20년간의 전투에서 희생된 미군 규모의 절반에 달하는 수준이다.
일본의 피해도 예상된다고 분석했다.일본 현지에 주둔하는 미군이 중국군의 공격을 받을 수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전투기 100대 이상과 군함 26척을 잃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보고서는 최종적으로 중국의 패배를 예상했다. 보고서는 “중국 해군은 괴멸되고 군인 수만 명이 전쟁 포로가 될 것”이라며 “중국군 1만여 명이 사망하고 전투기 155대와 주요 선박 138척이 손실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물론 중국의 침공으로 대만의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대만군은 심각하게 훼손된 채 전력과 기초 공공서비스가 끊긴 지역을 보호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대만 군에서 사상자가 최소 3500명 발생하고, 구축함 26척이 침몰한다”고 예상했다.
따라서 중국의 대만 침공은 중국의 패배로 끝나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과 대만의 피해 역시 예상보다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中 ‘강군몽’ 달성 목표…공중 전력 업그레이드
이런 결과를 토대로 향후 미국과 중국은 어떻게 전력을 확충할까.
미국은 포드급 항공모함을 추가 확보하거나 오하이오급 잠수함(SSBN)을 대체하기 위한 콜롬비아급 잠수함(SSBN)을 개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차세대 전폭기 B-21을 개발하고 F-35 스텔스기를 2030년대 중반까지 2000여대 이상 확보할 전망이다. 신기술을 활용한 무기로는 수상 무인정, 무인 잠수정, 무인 전투기, 극초음속 무기, 전자기포인 레일건, 고에너지 레이저무기 등을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49년까지 ‘강군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전제로 공중 전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중국은 스텔스 전폭기인 H-20을 개발하고 5세대 전투기인 J-20 실전 배치와 추가 생산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차세대 스텔스기인 J-31은 2020년대 중반 실전 배치를 목표로 사업이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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