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위기의 늪에 빠진 국민의힘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끄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킨다. 한 장관은 21일 윤재옥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로부터 비대위원장직을 제안받은 뒤 이를 수락하고 장관직에서 사퇴했다. 한 장관은 당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친 뒤 다음 주 중 비대위를 구성하고 총선 사령탑 역할을 하게 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뒤에도 지지율이 더 하락하는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이달 18~19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34%로 더불어민주당(40%)에 6%포인트나 뒤졌다.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정부 여당 심판론’은 63%로 ‘거대 야당 심판론(51%)’보다 더 거센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이 한 장관을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한 것은 그가 정치 경험이 없는 초보이지만 차기 지도자로서 대중의 높은 지지를 받으면서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진정 혁신에 나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면 새 비대위원장이 광폭의 대대적 쇄신을 주도해야 한다. 우선 ‘수직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꾸고 현장의 민심과 쓴소리를 가감 없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기득권을 포기하면서 당을 환골탈태시켜 ‘영남당’ ‘웰빙당’ 오명에서 탈피시키고 중도층 외연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친윤’과 ‘비윤’으로 갈라진 당을 통합하고 선거대책위원회와 주요 당직에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인재들을 고루 기용해야 한다.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직을 내려놓고 정계에 발을 들인 만큼 야당에도 대화의 손을 내밀어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따른 반사이익만 기대하는 안이한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와 함께 경제·민생 살리기와 나라 미래를 위한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고 실천해 성과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안정적 국정 운영과 노동·연금·교육 등 구조 개혁을 위한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