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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가 총부채 6000조…예타 면제 ‘달빛철도’ 밀어붙일 때인가


정부·가계·기업 부채를 모두 합친 우리나라의 총부채 규모가 600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원화 기준 비금융 부문 신용은 5956조 9572억 원으로 1년 전의 5729조 9946억 원보다 4.0% 늘어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73.1%로 전년 동기 대비 4.9%포인트 높아졌다. 1년 새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증가한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31개국 중 한국이 유일했다. 우리나라 공공 부문의 총부채(D3)는 지난해 1600조 원에 육박해 GDP의 70%를 넘어섰다. 공무원·군인연금 충당 부채까지 포함한 국가부채(D4)는 내년에 GDP의 130%를 초과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데도 여야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담합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달빛철도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1일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열어 예타 면제 등을 담은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강행 처리했다. 여야는 ‘고속철도’를 ‘일반철도’로 대체하고 ‘복선화’ 문구를 삭제하는 꼼수를 부렸지만 사업비는 8조 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광주와 대구를 잇는 약 200㎞ 구간의 달빛철도는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기준치(1.0)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0.483에 불과해 경제성이 떨어진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될 국가 재정 사업을 최소한의 경제적 타당성 분석도 없이 국회 의결로 처리하는 나쁜 선례를 남긴 셈이다. 여야가 주고받기식으로 합의한 내년 예산안에도 정책 효과가 의심스러운 사업들이 적지 않다. ‘이재명표 예산’인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명목으로 3000억 원이 추가 반영됐으며 방만 사업으로 지적받는 새만금 관련 예산도 3000억 원이 증액됐다.



여야 정치권이 나라의 미래와 경제를 생각한다면 재정을 악화시키는 포퓰리즘 매표 경쟁을 멈춰야 한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저성장 장기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금은 표심을 잡기 위한 선심 사업에 매달리지 말고 성장 동력 재점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정부도 방만한 재정 운용을 경계하는 한편 가계·기업의 ‘부채 폭탄’ 뇌관을 제거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촘촘한 관리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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