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 보이는 수장고는 보유한 모든 소장품과 미술품의 복원 과정을 100% 공개하는 국내 최초의 열린 미술관형 수장고다. 서초구 옛 정보사 부지(대지면적 5800㎡)에 조성비 총 1260억원을 투입해 민간 컨소시엄 SBC PFV가 추진하고 있는 '서리풀 특별계획구역 개발사업'의 기부채납(공공기여)하는 방식으로 조성될 예정이며, 2028년 개관이 목표다.
이와 같은 미술관형 수장고는 세계 뮤지엄 운영의 패러다임이 관리·수집에서 시민과 소통하는 개방·활용으로 변화하는 추세에 발맞춘 시도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세계적인 건축가가 한자리에 모이는 '서리풀 개방형 수장고' 국제 설계 공모를 시민 누구나 참여 가능한 공개 프레젠테이션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서리풀 보이는 수장고의 설계 공모에는 MVRDV(네덜란드)를 비롯해 헤르조그 드뫼롱(스위스), 포스터앤드파트너스(영국), 3XN(덴마크) 등 세계적 건축사무소의 참여가 이뤄졌다. 이후 치열한 경쟁을 거쳐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한 바 있는 '헤르조그 앤 드뫼롱'이 최종 선정됐다.
이번에 선정된 헤르조그 앤 드뫼롱은 건축가 자크 헤르조그와 피르 드뫼롱이 설립한 건축설계사무소로 스위스 바젤에 본사를 두고 있다. 지난 2001년 건축계 노벨상인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했고, 영국 왕립건축가협회가 부여하는 'IBA 골드 메달' 등을 수상했다. 특히 건축가 위의 건축가로 불리며 세계 건축 업계를 이끌고 있으며, 건축물이 들어서는 지역과 현장에 맞춘 특성화된 디자인을 선보여 건물을 넘어 지역의 가치까지 높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 헤르조그 앤 드뫼롱은 최고의 리모델링 사례로 불리는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을 비롯해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등을 설계했는데, 이들은 모두 지역 특색과 어우러진 설계를 통해 건물을 넘어 그 지역 자체를 하나의 문화 중심지로 자리매김 시킨 바 있다.
이러한 헤르조그 앤 드뫼롱의 특징은 이번 서리풀 보이는 수장고 시안에도 잘 녹여져 있다. 특히 헤르조그 앤 드뫼롱은 서리풀 보이는 수장고를 서울 미술관, 서울 공예 미술관 및 서울 역사 박물관의 공동 아카이브 공간으로 기능하게 함은 물론, 서울 주민 및 국제 방문객을 위한 동적 시민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설계해 눈길을 끈다.
이들이 제출한 작품은 대지에서 채굴한 암석을 이용해 각각 다른 모양인 4개의 큰 매스(mass·특정한 형태를 가지지 않은 큰 덩어리) 위에 지하 2층~지상 7층, 연면적 1만9천500㎡ 규모의 건물을 올린 구조다. 1층 매스 사이 공간을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4개의 정원으로 조성해 접근성을 높이고 건축물의 매력을 더했다.
또 6층에 조성되는 카페는 4개 면을 통유리로 설계해 서울 도심 파노라마 전경을 밤낮으로 감상할 수 있게 했고, 건물 전면에 태양광 패널을 붙여 탄소중립도시 서울의 대표 친환경 건축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도 내부는 중심부를 고깔 형태로 개방한 구조로 1층에서도 각층 전시품 일부를 볼 수 있고 계단형 강당은 서리풀 언덕 쪽으로 무대를 설치해 자연 속 공연장을 체험할 수 있게 했다.
▣ 헤르조그 앤 드뫼롱, 수장고와 함께 강남 도산공원에선 아트 하우스도 선보여
한편 헤르조그 앤 드뫼롱은 최근 들어 아시아, 그 중에서도 한국의 건축 설계에 큰 관심을 두고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실제 이들은 이번 서리풀 보이는 수장고 외에도 앞서서는 송은문화재단을 설계해 선보인 바 있으며, 강남 도산공원에서는 직접 설계에 참여해 아시아 최초의 주거프로젝트로 최상위 아트 컬렉터들을 위한 아트 하우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밝히기도 했다.
헤르조그 앤 드뫼롱이 참여하는 아시아 최초 주거 프로젝트는 그림, 조각과 같은 예술품을 소구하는 아트 컬렉터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와 설계가 도입되는 아트 하우스를 컨셉으로 해 조성될 예정이며, 도산공원과 면한 있는 입지적 특성을 살려 건축물 자체의 예술성과 장인정신이 깃든 디테일을 더욱 강화해 아트 하우스를 계획하고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헤르조그 앤 드뫼롱의 아트 하우스는 집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형태의 설계인 'Stacked House' 개념이 도입돼 자연이 주는 쾌적함과 도심 뷰까지 사로잡을 예정이다. 특히 이를 통해서는 점과 선, 면, 기하학적 요소들의 중첩과 전이의 균형이 이루는 조형미가 갖춰져 독보적인 파사드를 선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각 유닛에는 다양한 예술품을 전시할 수 있는 퍼스널 아트 뮤지엄 (Personal Art Museum)을 마련하고, 단지 내에는 프라이빗 아트 서비스 (Private Art Service)와 전문 갤러리가 운영하는 1층의 아트 갤러리와 라운지, 예술 조각품이 전시된 야외 조각 가든을 구성해 예술품을 소구하는 아트컬렉터들의 아트 하우스로서의 가치도 강화했다는 후문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특히 헤르조그 앤 드뫼롱은 단순 입면 설계가 아닌 스위스 본사에 있는 이들이 직접 설계에 참여하고, 내외부 인테리어, 디테일 디자인 등을 손수 관리한다는 방침이어서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게 업계의 평가"라며 "또한 예술성과 공공성을 결합시키는 독보적인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건축가라는 점에서 이들의 연이은 국내 프로젝트 참여는 국내 건축 업계를 뒤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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