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요계에는 무슨 이슈가 있을까? 가요 담당 허지영 기자가 친절하게 읽어드립니다.
국내 3대 연예 기획사로 불리는 SM·JYP·하이브가 각각 일본 현지 보이그룹을 론칭했다. 하이브의 앤팀(&TEAM)을 필두로 SM이 엔시티 뉴 팀(NCT NEW TEAM, 가칭), JYP가 넥스지(NEXZ)를 론칭했다. 전 세계 음반 시장 2위이자 K-팝과 친밀한 일본을 공략하겠다는 공통된 목표다. 이들 팀은 과거 2~3세대 아이돌이 일본에서 앨범을 발매하고 투어를 도는 것과는 다르다. 세 그룹 모두 일본인 멤버로 이뤄졌으며, 한국인 멤버는 극소수다. K-팝이 만든 J-아이돌인 것이다.
◇엔하이픈 짝꿍 앤팀, 역수출 인기 자랑 = 최근 한·일 팬덤에 두각을 드러내는 그룹은 하이브의 일본 레이블인 하이브 재팬에서 처음 선보이는 일본 현지 보이그룹 앤팀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발매한 데뷔 앨범이 오리콘 일간 앨범 차트 정상에 오르는 등 데뷔 때부터 주목받았다. 멤버 중 일부는 엔하이픈을 탄생시킨 2020년 Mnet·하이브 합작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랜드' 출신이다. 그래서인지 같은 소속사 그룹 엔하이픈(ENHYPEN)과 '페어' 그룹이라는 독특한 설정도 있다. 두 그룹은 하이브의 대표적 웹툰 IP인 '다크문'이라는 공통된 세계관을 공유한다.
앤팀은 최근 국내 팬덤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정규 1집 '퍼스트 하울링 : 나우(First Howling : NOW)'를 발매한 이들은 데뷔 후 처음으로 한국 활동에 나섰다. '뮤직뱅크', '인기가요' 등 지상파 음악 방송에 출연해 한국 팬들에게 눈도장도 찍었다. 유튜브 콘텐츠 '아이돌 인간극장' 등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비록 해외 레이블이지만 국내 기획사인 하이브가 데뷔시킨 그룹이 한국 팬에게 '역수출'되고 있는 셈이다.
◇한·중 이은 NCT 마지막 팀은 日 현지팀 = SM엔터테인먼트의 고유한 IP인 'NCT'를 차용한 일본 현지 팀이 출격한다. 엔시티 뉴 팀(가칭)이다. 이들은 지난 9월 일본 현지에서 방영한 오디션 프로그램 ‘엔시티 유니버스 : 리스타트(NCT Universe : LASTART)’를 통해 뽑힌 5명의 일본인 멤버와 2명의 한국인 멤버가 만나 7인조로 구성됐다. 당초 그룹명은 '엔시티 도쿄'였으나 '뉴 팀'으로 변경됐다.
엔시티에는 지역 거점팀이 있다. 엔시티 127이 한국 서울, 웨이브이(WayV)가 중화권이다. 엔시티 뉴 팀은 한국, 중화권에 이어 마지막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지역거점팀이 됐다. 엔시티 뉴 팀은 지난 10월 일본 9개 도시에서 프리 데뷔 투어를 열고 팬들을 먼저 만났다. 정식 데뷔는 내년 초로 예정됐다. 이들은 엔시티 IP를 차용한 만큼 타 엔시티 팀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열린 엔시티 127 공연에 참석해 선배 팀을 응원하기도. 정식 데뷔 후에는 '엔시티 유니버스'의 일원이 되어 엔시티 합동 공연 등에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 걸그룹으로 운 띄운 JYP, 후배 보이그룹 출격 = JYP엔터테인먼트는 위 두 기획사와는 다르게 첫 현지화 그룹으로 걸그룹을 선보였다. 원더걸스, 트와이스, 있지 등을 배출해 '걸그룹 명가'로 불리는 소속사의 강세가 돋보인다. 2020년 소니뮤직과 합작해 진행한 오디션 프로그램인 '니지 프로젝트(Nizi Project)'에서 결성된 걸그룹 니쥬(NiziU)는 현재 순항하고 있다. 데뷔 약 2년 만에 스타디움 단독 콘서트를 열고, 정규 2집 '코코넛(COCONUT)이 일본 오리콘 차트, 빌보드 재팬 차트에 오르며 사랑받고 있다. 이들 역시 지난 10월 한국에서 첫 싱글 '프레스 플레이(Press Play)'를 발매하며 국내 활동 의지를 보였다.
넥스지(NEXZ)는 선배 가수 니쥬의 기세를 이어가는 JYP엔터테인먼트의 첫 현지화 보이그룹이다. 이달 중순까지 방영된 '니지 프로젝트 시즌 2'에서 선발된 7명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난 18일 경연 파이널곡 '미라클(Miracle)'을 발매하고 정식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니지 프로젝트 시즌 2' 마지막회가 일본 버라이어티 부문 1위를 차지하며 현지에서도 높은 화제성을 입증한 만큼, 현지 데뷔 후 앤팀을 이을 좋은 반응이 기대된다.
◇ 日 현지 그룹이지만 고향은 K-팝 = 위 세 그룹은 해외 레이블에서 만들었지만, 결국 국내 연예 기획사에서 탄생한 팀들이다. 'K-팝 시스템'으로 불리는 연습생 및 트레이닝 과정이 고스란히 적용됐으며 음악색과 그룹 특색도 K-팝 아이돌과 다를 바 없다. 그렇다 보니 이들은 결성 당시부터 한국 활동을 염두에 둔 경우가 다수다.
일례로 세 그룹은 대표곡을 발매할 때에는 늘 한국어와 일본어 가사를 따로 녹음해 발매한다. 앤팀은 지금까지 발매한 3장의 앨범 타이틀곡 모두 한국어 버전과 일본어 버전이 따로 있다. 정규 1집으로 한국에서 첫 활동을 할 때에도 타이틀곡 '위 크라이(WE Cry)' 한국어 가사 음원을 활용했다. 엔시티 뉴 팀은 프리 데뷔 곡 '핸즈 업(Hands Up)'에 한국어와 일본어가 섞여 있다. 넥스지의 파이널곡 '미라클' 음원 역시 한국어와 일본어 버전 두 가지로 공개됐다.
멤버에도 한국인이 꼭 포함돼 있다. 앤팀에는 의주가, 엔시티 뉴 팀에는 시온과 대영이, 넥스지에서는 켄이 한국 국적을 갖고 있다. 이들은 차후 한국 활동에 있어 한·일간 언어적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거나, 한국 팬덤에게 친밀감을 안겨준다. 다만 이들이 한국 팬덤을 공략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아이돌 그룹에도 일본인 멤버가 많고, 이들 모두가 일본 팬덤을 공략하기 위해 포함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K-팝이 세계화됐다지만 여전히 주요 활동지는 일본인 점, 일본과 한국이 지리적·문화적으로 친밀한 점 등이 작용해 이러한 모습의 현지화 그룹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