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배우 한소희와 박서준을 주연으로 내세우고 넷플릭스라는 든든한 대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공개되는 '경성크리처'. 올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혔지만 기대가 너무 지나쳤던 걸까. 막상 열어본 결과물은 기대 이하다. 배경이며 스토리며 연기며, 단 한 가지를 패착이라 짚어내기 어려울 정도로 모든 요소들이 총체적인 난국으로 뒤섞여 어지럽다. 과연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걸까. 시청자들이 경성크리처에 기대한 것과 실망한 것, 그 포인트를 짚어봤다. *이 글은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됐습니다.
◇'일제강점기+괴물' 시도는 신선했지만…"괴물 언제 나오죠?" = '경성크리처'(각본 강은경/연출 정동윤)는 1945년 봄 각자의 사연을 가진 채 조선에서 살아가던 두 청춘이 일본의 탐욕으로 인해 생겨난 괴물에 맞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채옥(한소희)은 아버지와 함께 실종된 사람을 쫓는 해결사로 활동하는 인물이다. 채옥의 궁극적인 목표는 어린 시절 사라졌던 어머니의 존재를 쫓는 것. 이에 채옥이 조선에서 필요한 사람은 최고의 정보통이자 금옥당의 주인인 태상(박서준)이다.
마침 태상 또한 일본 고위 경무관의 실종된 애첩을 찾지 않으면 조선에서의 안전과 입지가 불안해지는 위기에 처한 상황. 결국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한 채옥과 태상은 애첩과 어머니가 갇혀 있는 옹성 병원에 침투하지만 그 속에서 조선인을 상대로 한 일본의 끔찍한 생체실험으로 인해 괴물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마주한다.
시대극과 크리처물이라는 신선한 조합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기대감을 품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작품의 핵심일 것이라 예상했던 ‘괴물’이 기대보단 조악하다는 평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연출 이응복)과 같은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스위트홈'의 CG보다 훨씬 완성도가 떨어진다. 스위트홈의 크리처 디자인이 괴물로 변한 인간들의 서사를 담고 있었다면 경성크리처의 괴물은 분명 서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가 어디서 한 번 쯤 봤을 법한 괴물이랄까.
그렇다면 시대극의 장르적 매력은 충분한가. 이 역시 아니다. 포스터나 스틸컷에서 홍보했던 ‘빈티지한 시대극적 이미지’는 찾을 수 없고 지나치게 쨍한 조명과 아쉬운 퀄리티의 세트가 시대에 대한 몰입도를 해친다.
◇장르물인가, 로맨스물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 시대극, 그리고 크리처물이라는 장르적 매력이 빠진 자리는 채옥과 태상의 로맨스로 대체됐다. 같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남녀 주인공의 러브라인이 극을 단단하게 끌고 나갔던 tvN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각본 김은숙/연출 이응복)과 비교하면 개연성도 떨어지고 관계의 속도감도 너무나 느리다. 기나긴 두 사람의 밀당에는 ‘티키타카’나 ‘말 맛’을 느낄 수 없었고 두 배우의 미모를 강조하는 슬로우모션 샷만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며 쓸모없는 러닝타임만 늘린다는 느낌을 준다. 태상을 보좌하며 금옥당을 지키는 나월댁 역의 김해숙, 재벌 2세 독립운동가 권준택, 한소희 아버지 윤중원을 연기한 조한철 등 매력적인 설정의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인물간의 케미스트리는 어디서도 찾기 어려웠다.
두 파트로 나뉜 '더 글로리'가 달콤한 흥행을 맛봤기 때문일까. '경성크리처' 또한 파트 1과 파트 2로 이야기를 나눴다. 파트 1은 22일, 파트 2는 내년 1월 5일 공개로 공개일 사이의 텀은 그렇게 길지 않다. 하지만 ‘더 글로리’처럼 ‘경성크리처’의 시즌2를 기다리는 이들이 많을지는 의문이 든다. 파트 1에서 주인공 태상과 채옥이라는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빼앗지도, 손에 땀을 쥐게하는 탄탄한 전개를 보여주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굳이 파트 2로 나누지 않고 회차를 줄여 이야기를 더 농축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만 남는다.
관련기사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