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더불어민주당은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간첩 등 국가보안법 위반 범죄에 대한 수사 권한)을 폐지하고 경찰로 이관하도록 대못을 박았다. 되짚어볼 대목이 있다. 같은 해 6월 북한은 대북 전단을 맹비난하며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무단 폭파했다. 10월에는 북한군이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을 무참히 사살하고 시신까지 불태웠다.
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으로 명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의석의 힘으로 밀어붙였다. 과거 국정원이 간첩 사건 조작을 통해 국내 정치에 이용했다는 폐해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명분이다.
국가 안보 앞에서 이념 논쟁이 있을 수 없다. 특히 남북 분단 상황에서 북한의 대남 적화 위협을 막아낼 전담 기관은 반드시 필요하다. 내년 1월 1일 대공수사권이 경찰에 완전히 넘어가면 지난 60여 년 동안 국정원 요원들이 목숨을 바쳐 축적해온 수사 역량은 사장된다. 안보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북한은 최고의 인재를 장기간 교육해 간첩으로 보낸다. 북한에서 바로 국내로 잠입하는 대신 이제는 해외를 거쳐 국내에 침투하고 있어 해외 방첩 역량과 정보망이 필수적이다. 경찰에는 간첩 수사 경험도, 해외 방첩망도 없다. 이런 능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여야는 올해 9월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 폐지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점검 결과 다소 미흡한 것으로 파악돼 국정원과 경찰청 양 기관에 주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국정원에는 수십 년간 축적해온 간첩 수사 노하우가 있다. 그래서 북한이 가장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것이 국정원이다. 현재의 거대 야당은 3년 전 이를 스스로 내던졌다.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한 수사권이 정쟁의 희생양이 됐다.
경찰에 안보수사권을 전담시키는 사례는 남미와 아프리카의 소수 국가에 불과하다. 미국과 영국은 물론 심지어 러시아와 중국도 국가 정보기관이 전담한다.
간첩 혐의를 조작하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이제 그런 일은 통할 수 없다. 내년 4월 총선 이후 출범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복원에 대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
국정원이 간첩 수사를 못 하게 되면 누가 제일 좋아하겠나. 국정원의 간첩 수사권 폐지는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 미군 철수’와 함께 북한이 지난 60여 년간 집요하게 주창한 공산화 전략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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