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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야 실세 또 지역구 ‘쪽지 예산’…구태 재발 않도록 제도 정비해야


국회가 법정 처리 시한보다 19일이나 ‘지각 처리’한 새해 예산안에 여야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사업 ‘쪽지 예산’이 대폭 반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 김기현 전 대표의 지역구가 포함된 울산에서 국가첨단전략산업특화단지 지원 등 정부 예산안에 없던 106억 4200만 원이 증액됐다. 같은 당 이만희 사무총장의 지역구에서 영천산업단지 진입 도로 사업 등에 61억 5400만 원이, 윤재옥 원내대표의 지역구에서 지방보훈회관 건립 등에 6억 5000만 원이 늘어났다. ‘친윤 실세’인 이철규 의원은 태백 분뇨처리시설 개량 등에 58억 9200만 원을, 예산결산위원회 여당 간사인 송언석 의원은 문경~김천 철도 건설 등에 50억 6900만 원을 더 챙겼다.

야당 인사들도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서 뒤지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지역구에서는 인천 계양구 비점오염 저감 사업 등 3개 사업에 7억 800만 원의 예산이 증액됐다. 홍익표 원내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도전하는 지역구인 서울 서초구에서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리모델링 예산 10억 원이 늘어났다. 예결위원장인 서삼석 의원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연장 등 지역구 사업에 66억 1500만 원을 반영시켰다. 이개호 정책위의장은 45억 7200만 원, 예결위 간사인 강훈식 의원은 35억 8500만 원의 지역 예산을 따냈다.

여야 실세 의원들은 내년 4월 총선에서 이번에 따낸 지역구 예산을 앞세워 표를 달라고 호소할 것이다. 국민 혈세로 마련된 국가 예산이 몇몇 여야 의원의 정치적 탐욕에 희생되는 구태를 더는 방치하면 안 된다. 이른바 소소위(小小委)로 불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내 임의 협의체가 비공개로 운영되는 관행 탓에 여야의 유력 인사들이 밀실 짬짜미로 정치적 잇속을 주고받는 일이 가능했다. 이 같은 야합을 막으려면 소소위에서 속기록과 회의록을 반드시 남기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지역 사업 예산 증액이 필요한 경우에도 증액 요구를 누가 했고 어떤 심의 절차를 거쳐 결정이 이뤄졌는지 서면으로 남기고 즉시 공개하게 해야 한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깎는 ‘쪽지 예산’ 행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제도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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