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서울에서만 발생하는 유기 동물이 약 5600마리에 달합니다. 그리고 이 중 10분의 1은 새로운 가족을 만나지 못해 안락사됩니다. 안락사가 결정되는 기간은 입양 공고 후 20일 동안 입양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을 때. 하지만 반대편에선 마음은 있어도 반려 동물을 어디에서 입양해야할 지 잘 몰라 헤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러한 미스 매치를 해결하고 유기 동물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 서울시가 운영하고 있는 기관이 있습니다. 바로 서울시 동물복지지원센터입니다. 마포, 구로에 이어 지난달 동대문에 3호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동물복지지원센터는 정확히 뭐 하는 곳인지 지구용이 직접 동대문 센터를 방문하고 왔습니다.
안락사 위기에 놓인 동물들이 모이는 이곳
서울시 동물복지지원센터는 2017년 마포 센터 2020년 구로 센터, 이번에 문을 연 동대문 센터까지 3곳이 운영 중입니다. 2025년엔 강동구에도 센터가 생길 예정이라고.
서울시 동물복지지원센터는 유기 동물의 치료와 입양, 교육을 전담하며 서울시 각 구청에서 지정한 동물보호센터에서 구조한 유기 동물들 가운데 공고 기간이 끝나 안락사 위기에 처한 유기 동물을 구조, 주인을 찾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구조한 동물이 입양이 되지 않는다면 평생 안락사 없이 보호하고요. 이런 중대한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동물복지센터의 설비는 훌륭했습니다. 어려운 수술도 가능한 최신 의료 설비를 갖췄으며 전담 수의사 선생님들이 상시 근무합니다. 목욕과 전문 미용이 가능한 공간도 있고 옥상엔 인조 잔디가 깔린 놀이터까지 있죠. 실내에는 고양이를 위한 캣타워 공간이 있고 입양을 상담할 수 있는 상담실과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교육 공간까지, 작지만 알차게 들어차 있었습니다.
동물복지지원센터 200% 활용하기
서울시동물복지지원센터, 그러면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까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반려 동물을 입양하고 싶은데 어떻게,어디서 해야할지 전혀 모르겠다는 분들입니다. 박선덕 동대문 동물복지지원센터장은 “우리 센터에서 보호할 수 있는 동물은 총 30마리다. 안타깝지만 안락사 위기에 처한 모든 동물을 데려올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입양 가능성이 높은 저연령의 건강한 동물들을 주로 구조해 온다. 이후 센터의 수의사님들이 건강 상태를 꼼꼼히 체크하고 치료가 필요한 경우 적절한 치료도 한다. 날마다 산책도 하고 사회화 교육도 받기 때문에 믿고 입양을 상담하실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무작적 찾아간다고 입양이 되는 건 결코 아닙니다. 센터에서 입양을 하려면 사전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서울시 평생학습포털에서 입양 전 교육을 온라인으로 이수하거나 농식품부에서 운영하는 동물사랑배움터에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이수증을 갖고 센터로 오면 입양 상담이 진행됩니다. 소중한 동물들을 입양 보내도 될지, 꼼꼼한 내부 체크리스트를 통과하면 추가 상담과 동물과의 만남 등을 통해 최종 입양을 결정합니다. 참, 센터 중에서도 구로 센터는 고양이 특화 센터래요. 고양이 집사 희망자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미 반려 동물을 키우고 계신 분들께도 동물복지지원센터는 큰 도움이 됩니다. TV나 유튜브 등에서 유명 훈련사님들이 반려견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명쾌하게 풀어주는 걸 보며 "우리집 강아지도...?"라고 한 번쯤 생각해보셨던 분들이라면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동물복지지원센터는 교육 프로그램이 짱짱합니다. 반려견 대면 행동 교정 교육과 강아지 대면 사회화 예절 교육, 노령 동물 대면 돌봄 교육, 원데이 대면 산책 훈련, 반려 동물 온라인 행동 교정 교육까지 심지어 무료,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 거주자도 교육을 받을 수 있답니다. 특히 동대문센터에서는 초등학생이나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시민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어릴적부터 생명 존중 교육을 받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10대 학생들을 위해선 반려동물 관련 직업 체험 교육도 가능하니 센터로 언제든 문의 주세요.
종이 박스 들고 "개 한 마리 줘"..."쉽게 얻을수록 쉽게 버립니다"
"센터 오픈 준비 중에 한 중년 남성분께서 라면 박스를 들고와 개를 한 마리 달라고 하시는 거에요. 절차가 있고, 그렇게는 못드린다고 했더니 세금으로 운영하면서 개 한 마리 못 주냐고 하시더라고요. 점차 폭력적인 모습까지 보여 결국 하는 수 없이 경찰까지 불렀어요. 이런 모습이 우리 사회에서 반려 동물을 얼마나 가볍게 생각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요."
박선덕 동물복지지원센터 동대문 센터장님은 "쉽게 얻은 것은 쉽게 버리게 된다. 지금 우리나라에선 반려 동물을 너무 쉽게 얻을 수 있다"고 지적하셨어요. 박 센터장님은 "펫숍이나 보호소 사칭 펫숍 문제도 심각하지만 사실 개인간의 동물 거래가 30~40%에 달한다"며 "지인에게, 또는 SNS로 고민 없이 생명을 사고팔 수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하셨죠. 이어 "생명에 대한 존중은 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하는 첫 단계부터 이뤄진다. 동물을 길러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이 하나 키우는 것과 다름없는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반려인들의 생명 존중 의식과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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