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 되므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세상에는 시를 쓰는 사람이 있고, 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시는 시인이 쓰지만 그것이 완성되는 것은 전적으로 독자들에 의해서이다. 시인이 빚어낸 언어가 한 줄기 빗방울이라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독자들의 가슴은 바다와도 같다. 순하고 명랑하고 인정 많고 슬기로운 사람들에 의해서 세상이라는 시는 완성된다. 한 해가 저물도록 저마다 착하고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에게 시인이 말한다. 바로 그대들이 시인이라고.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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