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던 배우 이선균(48)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간의 혐의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던 중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27일 오전 10시 30분께 성북구 모처에서 의식을 잃은 채 차량 안에 쓰러져 있는 이 씨를 발견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 12분께 전날 유서를 써두고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는 이 씨 매니저의 신고를 받고 그의 행방을 추적했다.
이후 경찰은 이 씨의 휴대폰 추적 등을 통해 이날 10시 30분께 성북구 모처에서 그의 차량을 찾고 내부에 쓰러져 있던 이 씨를 발견했다. 당시 차량 내부에서는 번개탄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의 마약 투약 의혹은 올 10월 19일 처음으로 불거졌다. 경찰은 당시 유명 배우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 전 조사(내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경찰은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유흥업소 실장인 A(29) 씨로부터 이 씨가 마약을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10월 28일 이 씨를 대마· 향정신성의약품 혐의로 입건해 1차 조사를 진행했다.
다만 이 씨의 간이 시약 검사(소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1차(모발), 2차(겨드랑이 털) 정밀 감정에서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 이후 11월 5일 이뤄진 2차 조사에서 이 씨는 “A 씨가 나를 속였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씨의 죽음 전 마지막 조사는 이달 23일 이뤄졌다. 경찰 조사에서 이 씨는 빨대를 이용해 약물을 흡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케타민’ 등 마약류가 아닌 수면제로 알고 흡입했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흥업소 실장 A 씨가 진술한 5회의 투약일 가운데 네 차례의 만남을 인정하면서도 이 중 수면제로 착각해 복용한 것은 한 차례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 씨가 빨대를 이용해 케타민 가루를 흡입하는 것을 봤다”면서 “케타민 이야기를 꺼냈더니 궁금하다고 했고, 구해줬더니 투약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3차 조사를 받고 나온 이 씨는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공갈 사건) 피해자로서 고소인 조사까지 마쳤다”며 “경찰이 나와 공갈범들 가운데 어느 쪽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 잘 판단해주기를 부탁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26일 변호인을 통해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의뢰한다는 의견서를 경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 씨가 숨지면서 그에 대한 경찰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다. 경찰은 “이 씨의 사망에 유감을 표한다”며 “다른 피의자들의 수사는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압 수사를 했다는 일부 비판에 대해서는 “세 차례 소환 조사 모두 이 씨 측 변호인들이 참석했고 심야 조사 당시에도 동의서를 받았다”며 “규정과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해왔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 씨의 사망 하루 전 사생활이 담긴 통화 녹취를 공개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가세연은 ‘충격 영상’이라는 제목과 함께 A 씨가 이 씨에게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해 협박을 받고 있다고 전하는 내용이 담긴 통화 녹취를 26일 공개했다. 이 씨 사망 이후 가세연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도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치러야지. 이런 방식으로 죄를 회피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며 게시글을 올려 재차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01년 MBC 시트콤 ‘연인들’로 TV에 데뷔한 이 씨는 ‘하얀 거탑’ ‘커피프린스 1호점’ ‘파스타’ ‘골든타임’ 등에서 열연하며 드라마 스타로 자리 잡았다. 영화에서도 ‘내 아내의 모든 것’이 흥행을 거뒀다. ‘나의 아저씨’ ‘끝까지 간다’ 등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이 씨는 2019년 영화 ‘기생충’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각종 예능 등에도 출연해 가정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를 쌓았지만 최근 터진 마약 투약 의혹으로 이미지가 추락하면서 상영을 앞둔 영화 ‘탈출’의 개봉이 기약 없이 연기되기도 했다.
이 씨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이 씨의 소속사 측은 장례와 관련해 “유가족 및 동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하게 치러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