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선균(48) 씨의 사망을 두고 ‘사회적 죽음’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수사 초기 단계부터 이 씨와 관련된 자극적인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유튜브 채널에 대한 비판이 쇄도하고 있어 도를 넘는 폭로·추측성 콘텐츠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 방안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난달 22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이 씨가 드나들었다는 유흥업소 실장 김 모(29) 씨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며 이 씨의 투약 의혹을 제기했다. 이 씨가 숨지기 전날인 26일에는 이 씨와 김 씨의 통화 녹취, 김 씨와 이 씨 지인 간의 통화 녹취를 공개해 파장이 일었다. 해당 영상에는 이 씨가 마약 투약을 한 것으로 추측되는 정황과 사적인 대화들도 포함됐다. 두 영상의 조회수는 28일 오후 기준 177만 회, 68만 회에 달한다. 이처럼 확인되지 않은 각종 영상이 퍼져나가면서 수사 기관이 밝혀내야 할 이 씨의 혐의는 기정사실화됐다.
자극적이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기반으로 한 유튜브 콘텐츠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대부분 벌금형 선고에 그쳐 사실상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 따르면 명예를 훼손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봉창 법무법인 진우파트너스 변호사는 “해당 영상의 경우 형법·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소지도 있다”면서도 “대부분 벌금형이 선고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정경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기소된 강용석 변호사는 지난 8월 벌금 5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또한 현행법상 유튜브는 방송으로 분류되지 않아 언론중재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다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심의가 가능하지만, 실질적인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방심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가수 홍진영이 결혼한다' 등의 가짜 뉴스를 게재한 유튜브 채널 퓨리 크리에이터(FuRi Creator)의 게시물 접속 차단을 위해 유튜브 운영사인 구글 코리아에 내용 검토를 요청했으나 이상이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방심위의 유튜브 시정 요구는 급증하는 추세다. 2019년 438건, 2020년 1964건에서 2022년 5083건, 올해 11월까지 3274건으로 급증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한국자살예방협회 방송문화위원장)는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고 민사 손해배상을 해도 몇 년씩 걸리니 그 사이 또 다른 혐오·자극 콘텐츠를 계속해서 생산해내는 일종의 혐오 비즈니스”라며 “강력한 처벌과 규제가 없으면 안타까운 일은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선균 소속사는 28일 “자신을 유튜버로 소개한 분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장례식장을 방문해 소란이 빚어지는 등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잔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한편 유흥업소 실장 김 씨와 함께 이 씨를 협박해 총 3억 5000만 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A 씨가 이날 구속기로에 놓였다. 모자와 패딩으로 얼굴과 몸을 가린 A씨는 아기를 품에 안은 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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