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제조업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8%나 될 정도로 중요하다. 일본의 21%, 독일의 20%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하지만 우리 산업의 경쟁력은 그 비중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경쟁력 제고의 방안으로 최근 대두되고 있는 것이 ‘디지털 전환’이다. 용어의 정의에 대해 여러 논의들이 있지만 신간 ‘산업 디지털 전환’에서는 ‘지능정보 기술을 산업에 적용해 산업 활동 과정을 효율화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나가는 일련의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최고의 업계 전문가들이 디지털 전환의 기본 개념부터 추진 방법,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자세히 소개한다. 저자들은 “디지털 전환은 기업의 업종과 상관없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생존 조건”이라며 “생태계를 구성하는 기업들의 경쟁력이 같이 높아져야 하고, 경쟁 업체와도 협력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재미있는 점은 디지털 전환이 꼭 기술력의 혁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변혁의 시대에 준비되지 않은 디지털 전환은 오히려 화를 부른다. 세계 최초의 휴대폰 제조사였던 노키아가 도태된 것, 기존 내연기관 차량 제조사들이 테슬라에게 선두를 내준 것은 기술력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경영 전략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즉, 기술력과 같은 하드웨어의 변혁 뿐 아니라 내부 혁신과 같은 소프트웨어의 변신도 디지털 전환의 필수 요소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에는 다양한 리스크가 따른다. 재무 리스크와 역량 리스크, 시장 리스크가 그것이다. 조직 내부의 혁신을 가로막는 역량 리스크와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장에 받아들이게 하는 시장 리스크, 변혁에 따른 비용 리스크인 재무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조직 설립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기술력에 대한 강조도 잊지 않는다. 책은 “인공지능과 데이터가 혁신의 핵심 요소가 된다”고 강조한다. 제조업 별 인공지능 활용 동향과 영역별 인공지능 기술, 적용 사례를 풍부하게 담아 디지털 전환을 준비하는 기업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디지털 전환의 정점은 ‘디지털 트윈’이다. 현실 세계를 그대로 가상 세계에 구현하는 기술인 ‘디지털 트윈’은 제조 과정의 혁신을 가능케 한다. 가상 세계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시도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디지털 전환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선 업체들은 “디지털 전환에는 큰 비용이 들고, 지금까지 해 온 업무의 관성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들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디지털 전환을 더 늦출 수는 없다. 계속해 떨어지고 있는 국가경쟁력 향상과 새 먹거리 창출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국가적 정책과 산업계의 적극적 행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2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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