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년 초 남한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는 첩보 내용이 공개됐다. 국가정보원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발언을 전하면서 “북한이 우리의 총선과 미국의 대선이 있는 2024년 정세 유동기를 맞아 불시에 예기치 못한 군사·사이버 도발을 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국정원의 이례적인 대북 첩보 공개는 우리가 북한의 내부 동태를 파악하고 있음을 드러내 북측의 도발을 억제하고 국민의 안보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군사 부문 전반의 ‘전쟁 준비 완성’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고 북한 관영 언론이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8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논의 결과와 관련해 “인민군대와 군수공업 부문, 핵무기 부문, 민방위 부문이 전쟁 준비 완성에 더욱 박차를 가할 데 대한 전투적 과업들이 제시됐다”고 보도했다. 이런데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달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휴전선을 중심으로 국지적 충돌을 유도하려 한다는 걱정이 참으로 많다”며 사실상 ‘북풍(北風) 음모론’을 제기했다.
안보에 여야가 따로일 수 없는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북한은 올해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화성-18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세 번이나 발사했고 7차 핵실험 준비를 거의 마쳤으며 9·19 합의 파기를 통해 공격 무기를 휴전선 부근에 전진 배치했다. 게다가 내년에는 4월의 우리 총선뿐 아니라 1월 대만 대선에서 11월 미국 대선까지 국제 정세를 뒤흔들 정치적 변수들이 많다. 북한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핵실험, 무인기 침범, 대포동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에 나섰다. 또 2020년 총선을 한 달 앞두고 단거리탄도미사일 연쇄 발사를 감행했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의 주요 선거가 있는 새해에 남남 분열과 한미 동맹 균열을 노리면서 핵·미사일 실험, 국지적 도발, 사이버 공격, 심리전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도발을 시도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론 분열은 북측의 오판을 더 자극할 뿐이다. 당파를 떠나 국력을 결집하면서 확장 억제력 등 압도적인 힘으로 북한의 최악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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