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30일 회동했지만 이견만 확인한 채 끝났다. 이 전 대표가 요구해온 대표직 사퇴와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이 대표가 명시적으로 거부하면서 이 전 대표가 탈당 및 신당 창당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결국 분당 수순에 접어든 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분열의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와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9시 57분께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만나 배석자 없이 1시간가량 비공개 회담을 했다. 두 사람의 만남을 일컫는 이른바 ‘명낙회동’은 이 전 대표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인 지난 7월 28일 이후 5개월 만이다. 이날 회동은 이 전 대표가 올해 연말까지 이 대표 사퇴·통합 비대위 전환을 요구하며 신당 창당을 예고한 상황에서 이뤄져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될 지 주목됐다.
하지만 이 대표의 사퇴·통합 비대위 전환 거부에 이 전 대표는 이 대표의 변화 의지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신당 창당 의지를 재확인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 대표가 “당은 기존 시스템이 있다. 당원과 국민의 의사가 있어서 존중해야 한다”며 “따라서 사퇴나 비대위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또 “이 전 대표님이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는 것은 당을 나가는 게 아니라 당 안에서 지켜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당에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될 수 있고 실제로 기대치에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당을 나가시는 것이 길은 아닐 것이라는 간곡한 말씀을 드렸다”며 이 전 대표에게 “다시 한번 깊이 재고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곧바로 취재진 앞에 선 이 전 대표는 “오늘 변화의 의지를 이 대표로부터 확인하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확인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형편 없는 폭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국민으로부터 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단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오늘 민주당의 변화 의지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게 매우 안타깝다”고 재차 지적했다. 이어 “당 안팎에서 충정 어린 제안이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응답을 기다렸으나 어떠한 응답도 듣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에게 직접 통합비대위 요구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이 대표가) 그걸 거부했다”라고 했다.
민주당 통합·분열의 분수령인 ‘명낙회동’이 갈등 봉합 실패로 마무리되면서 이 전 대표가 탈당 및 신당 창당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탈당 계획에 대해 “차차 말씀드리겠다.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위해서 제 갈 길을 가겠다”라고 답해 사실상 탈당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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