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과 딩크(맞벌이 무자녀가정), 만혼으로 여성 에스트로겐 호르몬에 노출되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국내 유방암 발생률이 지속해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암을 비롯해 대장암, 간암 등 대부분의 암 발생률이 최근 10여년간 감소추세를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31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의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1년 유방암의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은 55.7명이다. 2010년 33.2명을 기록했던 것에서 10여년 만에 20여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이와는 달리 대부분의 암 발생률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위암의 발생률은 2010년 84.4명에서 2021년 55.3명으로 낮아졌고, 대장암의 경우도 같은 기간 74.6명에서 61.9명으로 낮아졌다. 조기 발견이 어려운 폐암의 경우도 같은 기간 62.9명에서 59.3명으로 하락했다.
이 같은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혼과 만혼, 딩크와 같은 인구학적 변화가 유방암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성 호르몬에 노출될 수록 유방암 발병률이 높아지는 데 비혼으로 출산이나 수유경험이 없는 최근 트렌드가 유방암 발병률을 끌어올린다는 설명이다. 이른 초경이나 늦은 폐경도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중앙암등록본부 연구원은 “여성 에스트로겐에 노출이 많이 될수록 유방암 발병률이 높아지는 측면이 있다”며 “최근 만혼이나 비혼 등이 증가하는 인구학적인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편 2017∼2021년 진단받은 암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72.1%였다. 암환자 10명 중 7명은 5년 이상 생존했다는 뜻이다. 상대생존율이란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암환자가 5년간 생존할 확률이다. 상대생존율이 100%라면 일반인과 생존율이 같다는 의미다. 5년 생존율은 상승 추세로 약 10년 전(2006∼2010년)에 진단받은 암환자의 생존율 65.5% 보다 6.6%포인트 올랐다.
성별로 나누면 여자(78.2%)가 남자(66.1%)보다 생존율이 높았다. 생존율이 높은 갑상선암, 유방암이 여자에게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갑상선암(100.1%), 전립선암(96.0%), 유방암(93.8%)의 상대생존율이 높았다. 반면 간암(39.3%), 폐암(38.5%), 담낭 및 기타 담도암(28.9%), 췌장암(15.9%) 등은 상대생존율이 낮았다.
2021년 새로 발생한 암환자는 27만7523명으로 전년 대비 10.8% 늘었다. 남자가 14만3723명, 여자가 13만3800명이었다. 신규 암환자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 코로나19 발생 원년인 2020년에는 사람들이 검진을 꺼리면서 암검진 수검율이 49.2%에 그쳤지만 2021년에는 55.1%로 크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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