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로 천천히 이동하세요!”
“여기는 통행로라 멈춰서 구경하시면 안 됩니다!”
지난달 31일 보신각 타종행사를 보기 위해 시민들이 들뜬 마음으로 몰려든 가운데 경찰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맴돌고 있었다.
이날 밤부터 1일 새벽 사이 서울 시내 신년 행사에 약 17만 3000명이 몰려들며 서울경찰청은 해맞이 등 총 18개 신년 행사에 경찰 기동대 등 3265명을 배치해 인파 관리에 나섰다. 특히 서울시가 주관하는 보신각 타종 행사 및 400m 퍼레이드와 케이팝 식후 공연에는 종로·남대문 등 주요 관서 경찰 및 기동대 약 2490명이 투입됐다.
제야의 종이 울려 퍼지기 30여 분 전 청계천 인근에서 만난 이 모 경감은 “새벽 2시까지 인파 관리를 계속할 예정”이라면서 “오늘 오전 10시부터 현장에 나와 있는데, 다행히 시민분들이 잘 협조해 준 덕분에 큰 사고 없이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카운트다운이 시작하기 직전 보신각 인근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지만 약 2m 간격으로 경찰이 촘촘히 배치돼 이동 방향을 안내한 덕분에 큰 혼란 없이 인파가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몇몇 경찰은 도보 옆 돌담 위로 올라가 시야를 확보한 뒤 멀리서 역주행하고 있는 시민을 큰 소리로 불러 세우며 안전사고를 방지하기도 했다. 이후 행사가 마무리된 1일 새벽 인파가 밀집된 종각역·광화문역 등에서는 경찰과 서울교통공사가 협력해 인파를 관리하며 질서 있는 귀갓길을 지원했다.
어상선 경찰청 위기관리계장은 “이번 행사를 앞두고 소방·한전 등 유관 기관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각 기관마다 다른 관점을 공유하며 심도 있는 안전 관리 계획을 수립했다”면서 처음으로 합동 현장 상황실을 꾸려 유기적인 소통이 가능하도록 하는데 방점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어 계장은 “사실 즐거운 마음으로 놀러 나왔는데 입장을 막으면 불만이 생길 수 있다. 충분히 그 마음을 이해하지만 모두 시민분들의 안전을 위해서 하는 만큼 경찰의 안내와 통제에 협조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더욱 안전 계획을 고도화해서 국민들이 안전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러 집회·시위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인파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은 국격에 걸맞는 성숙한 집회 시위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면서 “집회·행진시 교통소통을 확보하는 등 준법 분위기 정착을 위해 힘쓰고 집회소음 관리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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