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을 필요로 하는 곳엔 언제든 신속하게, 손 흔들어주는 시민들 보면 사명감 생긴다”
인명 피해를 동반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2023년 한 해를 떠나 보내는 12월 31일 저녁, 가족들 곁이 아닌 시민들의 곁을 지킨 이들이 있었다. 이어질 출동을 기다리며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고 있던 서울 종로소방서 소방대원들이다.
2023년의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8시 30분, 종로소방서 사무실에서는 ‘제야의 종’ 타종 행사 특별 경계 근무를 앞두고 서영수 종로소방서 진압1대장의 지시사항과 함께 소방서를 나설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서 진압대장의 지시에 대원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한편 행사 경계 근무를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서 진압대장이 이끄는 진압 1팅 외에도 이날 종로소방서에서는 내근직 직원들도 경계 근무에 다수 투입됐다. 종로소방서 내근직 직원들은 진압팀보다 이른 시간에 도보로 보신각 인근으로 출발하는 모습이었다.
진압1팀의 한 대원은 “지금 나가는 분들은 내근 직원들이다”며 “평소 출동인원이 아니지만 오늘은 특별히 같이 나가서 함께 임무 수행 한다”고 설명했다.
서 진압대장과 대원들은 근무 투입으로 바쁜 와중에도 잠깐의 여유 시간을 이용해 전날 폭설로 얼어붙은 인도에 염화칼슘을 살포하기도 했다. 서 진압대장은 “아까 보니까 눈이 녹다가 얼어있었다”며 “시민들 다니는데 위험하니까”라는 말과 함께 후배 소방관들에게 염화칼슘을 골고루 잘 뿌리라고 다그쳤다.
오후 9시 12분께 종로소방서 소속 소방 펌프차가 ‘제야의 종’ 행사 경계 근무를 위한 거점 배치 장소를 향해 출발했다. 연말 서울 도심의 극심한 도로 정체를 뚫고 청계광장 인근 지정된 장소로 이동하는 순간에도 펌프차 내부에 설치된 무전은 쉬지 않고 울렸다. 서 진압대장과 대원들은 배치 장소로 이동하던 중 신고 접수를 한 차례 받고 소방차에서 하차해 추가 지령을 기다리기도 했다.
약 1시간의 이동 끝에 배치 장소에 도착한 서 진압대장과 대원들은 소방 펌프차를 주차하고 주변을 둘러보며 특별 경계 근무에 돌입했다. 보신각에서부터 청계광장, 광화문 네거리 일대까지 가득 들어찬 인파를 보며 서 진압대장은 “새해는 안전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올해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시민의 안전이 늘 최우선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새해 소망을 밝혔다.
이날 서 진압대장을 비롯한 종로소방서의 경계 근무는 새해 첫 날 새벽 1시께 마무리됐다.
이날 서울 종로구 보신각등 서울 도심에 17만 3000명의 시민들이 전국에서 운집했다. 2023년을 뒤로 하고 갑진년(甲辰年) 새해를 맞이하는 ‘제야의 종’ 타종 행사를 방문한 인파였다.
대규모의 인파가 몰린 만큼 소방, 경찰, 시청, 구청 등 안전 관리를 위한 인력도 다수 배치됐다.
서울 소방은 이날 서울 종로소방서를 비롯해 서대문소방서, 은평소방서, 용산소방서 등 서울 전역에 흩어져 있는 소방서에서 소방차 11대, 구급차 9대, 구조인력 103명 등을 투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