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내 수백 개 대형 상업용 부동산의 대출 만기 도래로 소유주들이 부채 상환 위기에 직면했다. 원금 상환이 어려울 경우 재융자를 받아야 하지만 지속된 고금리로 대출금리가 전보다 두 배 이상 높아져 신규 대출 시 이자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도 상업용 부동산 시장 내 불안은 계속되는 모습이다.
1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모기지은행협회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원금을 상환해야 하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금액이 1170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원금 상환 없이 이자만 갚아나가는 상품이 많아 대출 만기일에 원금을 모두 갚아야 한다. 원금 상환이 어려울 경우 대출을 연장해야 하지만 예전에 비해 높아진 금리로 인해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부동산 소유자들이 많다는 점이 문제다. 2020년 이후 0%대였던 기준금리는 최근 5.25~5.5%까지 올라 상업용 부동산 대출금리는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반면 재택근무 확산으로 인한 공실률 증가와 지속된 고금리 등으로 부동산 담보가치는 하락했다. 대출 부실은 수십 개의 은행에도 연쇄적 경영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3분의 2는 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미국 헤지펀드사인 엘링턴매니지먼트의 상업용 부동산 책임자 레오 황은 “수십 개의 지역 은행이 상업용 부동산 문제에 노출돼 있다”고 강조했다.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불안감에 ‘비거래 리츠(부동산 간접투자)’ 시장도 휘청거리고 있다. 비거래 리츠는 개인 투자를 받아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되 일반 리츠보다 높은 배당금을 주는 방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미국의 비거래 리츠 부문에서 174억 달러의 투자금이 빠져나갔다. 2022년 전체 환매액이 120억 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투자 이탈액만 45% 이상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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