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수출 전선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무역수지는 99억 7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022년 477억 8000만 달러 적자보다는 줄었지만 2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대(對)중국 무역수지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180억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반면 대미 무역수지는 455억 달러 흑자를 보여 미국이 21년 만에 한국의 최대 무역 흑자국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12월 대미 수출은 113억 달러로 월간 기준으로 20년 6개월 만에 대중 수출 규모를 추월했다.
무역 판도 변화는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해 미국 등 전 세계로 다시 수출하는 공급망이 미중 패권 전쟁으로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등으로 대미 자동차 수출이 급증하는 등 미국의 중국 견제 정책에 따른 혜택을 입은 측면도 있다. 심각한 문제는 중국의 산업·기술이 발전하면서 한국 제품의 경쟁력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산업 고도화를 위한 ‘제조 2025 계획’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대중 무역수지는 이미 2021년부터 적자였다. 동남아시아에서 중국 기업들의 수출 확대로 올해부터 한중일 간에 치열한 3파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을 현재 30% 미만에서 2025년 70%로 높이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대중 수출 회복을 위한 노력은 지속하되 수출 시장 다변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 지난해 맺은 걸프협력이사회(GCC)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밑거름 삼아 ‘포스트 오일’ 시대를 여는 중동과 협력해 ‘2차 중동 붐’도 일으켜야 한다. ‘공급망의 린치핀’으로 부상하는 인도뿐 아니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유럽 등과의 협력도 늘려가야 한다. FTA를 꾸준히 확대해 수출 영토를 넓히는 작업도 필요하다. 수출 경쟁력의 근본은 무엇보다도 기술력에 달려 있다. 기업은 초격차 기술 개발을 위해 과감히 투자하고 정부와 국회는 최소한 경쟁국에 뒤지지 않도록 세제·금융·예산 등 전방위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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