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변동에 민감한 특성상 경제 상황을 예측하는 소재인 ‘닥터 코퍼(Dr. Copper)’로도 통하는 구리 가격이 내년 하반기까지 75% 이상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재생에너지 전환 흐름의 가속화로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파나마 등 주요 구리 광산들이 채굴을 중단하면서 공급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경제전문방송 CNBC는 2일(현지 시간)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그룹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내년 하반기 구리 가격을 톤당 1만5000달러 선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구리 가격이 톤당 8599달러인 데 비해 75%나 상승한 것이다. 작년 3월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인 1만370달러도 훌쩍 뛰어넘는다. 골드만삭스도 “올해 구리 가격이 톤당 1만 달러를 돌파하고, 내년에는 평균 1만5000 달러로 재평가될 것이라는 확신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전망은 높은 구리 수요에 기인한다. 씨티그룹은 각국이 재생에너지 목표치를 대거 상향함에 따라 구리 수요가 2030년까지 최대 420톤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구리는 전기차는 물론 전력망, 풍력 터빈 등 각종 발전 설비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원자재로, 재생에너지 설비가 많아질수록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 이미 세계 60여개국이 지난해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8)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3배로 늘리는 방안을 지지한 바 있다.
반면 구리 공급은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구리 생산량이 최대 50만 톤까지 공급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파나마 정부가 법원 판결 등으로 캐나다업체인 퍼스트퀀텀미네랄(FQM)이 운영해 온 세계 10위권 구리 광산인 코브레 파나마의 생산 중단을 결정한 상태다. 영국의 다국적 광산기업인 앵글로 아메리칸도 올해와 내년 남미에서 구리 생산을 줄이기로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