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활주로에서 일본항공(JAL) 여객기와 해상보안청 항공기의 충돌 사고가 일어난 당시 교신 기록을 분석한 결과 관제탑은 사고 항공기에 이륙 허가를 내리지 않았다. 이에 해상보안청 항공기 조종사가 관제사의 지시를 잘못 받아들이고 활주로에 진입해 사고가 났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3일 공개한 사고 당시 주요 교신 기록에 따르면 관제탑은 JAL 항공기에 C활주로 착륙 허가를 내린 후 해상보안청 항공기에게 “C활주로 정지선까지 지상 주행하라”고 지시했다. 관제탑이 해상보안청 항공기에 ‘활주로 진입’이 아닌 ‘유도로(활주로와 터미널을 오가는 통로) 대기’를 지시한 셈이다. 항공기는 유도로에서 활주로로 들어서기 전 바로 앞 정지선에서 일시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
해상보안청 항공기는 “C활주로 정지선으로 이동하겠다”고 답했지만 실제로는 활주로로 진입했다. 이에 사고 항공기 기장이 관제탑의 지시를 이륙 허가로 오인해 활주로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항공기 충돌 사고의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된 교신 오류를 두고 관제탑과 사고 항공기의 진술이 엇갈리며 혼란을 빚었다. 해상보안청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직후 항공기 기장은 “(관제탑으로부터) 이륙 허가가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국토교통성 역시 관제탑의 지시에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봤다. 사이토 테츠오 국토교통상은 “현 시점에서 관제탑의 지시는 적절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운수안전위원회의 조사에 협조하고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사고 조사에 본격 착수한 운수안전위는 해양보안청 항공기의 블랙박스와 음성 기록 장치 등을 확보해 교신 기록을 복구했다.
항공기 충돌 사고로 JAL 여객기 승객과 승무원 379명은 전원 탈출했지만 해상보안청 항공기 탑승자는 6명 중 5명이 사망했다. 사고 활주로가 폐쇄되면서 이날 하네다공항을 오가는 비행편 100편 이상이 결항됐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하네다공항의 과밀한 항공과 스케줄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히데지마 잇세이 항공 평론가는 “하네다공항은 국제선이 도입된 후 포화 상태”라며 “4개의 활주로는 정(井)자형으로 동시 착륙도 가능해 관제 업무가 매우 복잡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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