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새해 벽두부터 연일 무력 도발 위협 발언과 막말을 쏟아내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일 밤 신년 담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사에 대해 “(북한에) 보다 압도적인 핵전력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당위성과 정당성을 또다시 부여해줬다”고 맹비난했다. “한미 확장억제 체제를 완성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원천 봉쇄할 것”이라고 밝힌 윤 대통령의 신년사에 협박으로 응수한 것이다. 이어 김 부부장은 “(북한의) 군사력을 키우는 데 단단히 공헌한 특등공신”이라며 윤 대통령을 폄훼했다. 반면 “문재인의 평화 의지에 발목이 잡혀 우리가 전력 강화를 위해 해야 할 일도 못 하고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한 것은 큰 손실”이라며 문 전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척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해 “삶은 소대가리” 운운하며 막말을 퍼붓던 김 부부장이 최근 ‘영특하고 교활한 사람’이라며 갑자기 문 전 대통령을 띄우는 시늉을 한 것은 남남 갈등을 조장하려는 노림수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군 지휘관들을 만나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 기류를 탓하며 “언제든지 무력 충돌이 생길 수 있다”고 위협한 것도 우리의 총선을 겨냥한 갈라치기 포석일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전날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는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겁박했다.
새해부터 대공수사권이 국정원에서 경찰로 이관되는 만큼 안보 수사에 조금의 빈틈도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 북한은 주요 선거가 있을 때마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핵실험, 무인기 침범 등의 도발로 안보 불안을 야기해 대외 정세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최악 시나리오까지 포함한 북한의 모든 도발 가능성에 압도적인 힘으로 대비해야 한다. 4·10 총선과 11월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 올해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7차 핵실험, 서해·휴전선 일대의 국지전 유발, 사이버 테러 등 각종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사실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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