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남동부 케르만시 순교자 묘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대형 폭발 사고가 발생해 1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격해 하마스 고위 지도자를 사살한 후 하루 만에 이같은 사건이 벌어지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솟고 있다. 미국 정부는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개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3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이번 폭발은 2020년 미국의 바그다드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가셈 솔레이마니의 사망을 기념하기 위해 수천명의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약 15분 간격으로 일어났다. 이로 인해 최소 103명이 사망하고, 188명이 다쳤다. 솔레이마니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 쿠드스군을 이끌던 사령관으로 이란에서 국민적 추앙을 받아 왔다.
이란 관리들은 솔레이마니의 묘지로 향하는 길을 따라 두 개의 폭탄 가방이 놓여 있었으며 이 폭탄이 원격 조정을 통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란 국영방송이 공개한 현장 영상에서는 피투성이가 된 부상자들이 울부짖는 아비규환의 장면이 담겼다. 이란은 이번 폭발을 외부 세력에 의한 '테러'로 규정하고 있으며 그 배후에 이스라엘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이번 폭발과 관련해 "사악하고 범죄적인 이란의 적들이 또 재앙을 일으켰다"고 말했다고 국영 IRNA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이런 재앙은 반드시 강경한 대응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이것이 신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이번 테러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연루 가능성을 부인했다.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테러에 “미국이 어떤 식으로도 관여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렇다고 하는 어떤 암시도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이번 폭발에 연루됐다고 믿을 이유도 없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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