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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너무 험지는 좀…"


“험지는 험지인데 당선 가능성이 있는 험지로 가야죠.”

얼마 전 라디오에서 올해 총선 험지 출마 의사를 밝힌 국민의힘 의원에게 어디에 출마하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하자 의원은 갑자기 지역구 얘기를 꺼냈다. “제가 그간 지역구 당협위원장을 하며 잘 다져왔고 나만큼 우리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걸요. 내가 다른 지역에 나가면 우리 당도 손해 아니겠어요?”

중진으로서 험지에 출마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또 다른 의원의 보좌관도 비슷한 말을 했다. “험지에 나갈 거라 많이들 보고 있죠. 그런데 새로운 사람이 신선함만 가지고 지역구에 온다고 한들 주민들이 좋아하겠어요? 지금 의원님이 계신 곳을 최우선으로 고려 중입니다.”

이 의원들은 당을 위해 희생하겠다며 당당하게 공개 발언을 해왔다. 사적인 대화에서 다르게 말하는 건 계속 험지 출마가 언급될 경우 실제 그런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어서인 듯했다. 유권자 중 한 사람으로서 실망스러웠고 말장난에 농락당한 느낌을 받았다.

이들이 그간 지역구에서 해온 노력을 생각하면 이해는 간다. 지역주의 타파 정신으로 계속 도전해왔지만 쓴맛을 봤던 사람들이 지치기도 한다. 서울 노원구에서 세 번 낙선하면서도 노원을 고집했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신당을 창당했고 대구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양지에 출마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당을 ‘침몰하는 타이태닉’에 비유했다. 이런 모습에 그는 “사실은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면서도 도봉갑 재도전에 나선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주류 희생’ 요구를 관철하지 못한 채 지난달 이른 해산을 했다. 인 위원장은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이자 험지로 꼽히는 인천 계양을 출마를 시사하자 “고마워서 눈물이 난다”고까지 했다.

열흘 전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후 국민의힘에 긍정적인 여론조사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험지 출마에 대해 뒤에서는 다른 말을 하는 의원들 속에서 한동훈 비대위는 성공할 수 있을까.

강도림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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