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경제가 ‘L자형’ 장기 저성장 진입의 첫해가 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4일 유엔 경제사회국(DESA)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5월 대비 0.1%포인트 낮춘 2.4%로 하향 조정했다. 유엔은 “내년에는 2.7%로 다소 높아지겠지만 팬데믹 이전의 세계 경제 추세치(3.0%)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지난해 세계 경제가 경기 침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대다수 국제기관들도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앞으로 5년간 세계 경제의 평균 성장률은 2.6%로 코로나19 이전 5년(2015~2019년) 평균인 3.4%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물가·고금리, 부채 증가 등이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본격화하는 데다 경기 부양을 위한 주요국의 재정·통화정책 수단이 한계에 이른 탓이다. 게다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확전, 중국 경기 침체 등 리스크 요인이 언제 세계 경제를 덮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수출 회복 등에 따라 우리 경제가 올해 2.2%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가 둔화하면 대외 의존도가 70~80%에 이를 정도로 높은 한국 경제가 다른 나라보다 더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또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마저 잠재성장률을 겨우 웃도는 수준에 그쳤다.
저성장 장기화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한 근본 해법은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경제 전반의 활력을 높이는 것이다. 정부는 말로만이 아닌 실천을 통해 세제·금융 지원, 규제 혁파 등 전방위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초격차 기술 개발과 신산업 육성을 유도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훨씬 높아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법인세율(지방세 포함 최고 26.4%)과 상속세율(최고 60%)도 낮춰야 한다. 미중 공급망 갈등, 미국 고금리 장기화 등 대외 리스크 요인이 국내로 전이되지 않도록 위기 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것도 필수다. 이와 함께 노동·교육·연금 등 구조 개혁을 서둘러 성장잠재력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노사정은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귀를 계기로 대타협을 통한 상생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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