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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없어도 무조건 체포했더니…살인 범죄율 70% 떨어져 주변국도 잇달아 '벤치마킹'

지난해 2월24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산살바도르에서 남동쪽으로 74km 떨어진 테콜루카의 새 교도소 '테러범수용센터'(CECOT)에 MS-13 등 19개 갱단 소속원 2000명이 도착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범죄율을 보였던 엘살바도르가 강력한 ‘범죄와의 전쟁’을 벌인 뒤 1년 만에 살인 범죄율이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현지시간) 디아리오엘살바도르와 라프렌사그라피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엘살바도르 살인 범죄 발생 건수는 154건으로 2022년의 495건보다 7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0만명당 2.4건 수준인데 이는 전쟁과 분쟁 지역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수치가 높았던 2015년 105.2건의 약 2.3%에 불과하다.

구스타보 비야토로 엘살바도르 법무부 장관은 전날 연 기자회견에서 "지난 30년 중 살인 범죄가 가장 적은 역사적인 기록"이라며 "미주 대륙에서 캐나다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치"라고 말했다.

그는 "갱단에 맞서기로 한 것은 용기 있는 결정이라는 게 증명됐다"며 부켈레 정부의 ‘갱단 소탕 정책’의 효과라고 강조했다.

다음 달 4일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엘살바도르는 이제 공식적으로 라틴아메리카 전체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가 됐다"고 썼다.



엘살바도르 테콜루카 테러범수용센터에 악명 높은 'MS-13'을 비롯한 19개 갱단원이 이감돼 대기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15년 수도 산살바도르 시장에 당선된 지 1년 만에 범죄율을 15% 이상 낮췄던 부켈레는 2019년 대통령 취임 후에도 갱단 소탕을 일성으로 내세우면서 군과 경찰 등 물리력을 동원한 강경책을 쓰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간 폭력에 지쳤던 현지 주민들은 부켈레 대통령에 대해 80∼90%대의 높은 지지 의사를 보내고 있다.

속옷 같은 하얀색 반바지 차림의 수감자를 중남미 최대 규모 수용시설인 테러범수용센터(CECOT·세코트)에 한꺼번에 가두는 모습을 수시로 공개하기도 한다.

다만 엘살바도르 국내·외 인권 단체는 구금 중 사망과 고문 등 심각한 인권 침해를 문제 삼고 있다. 2022년 3월 이후 2년 가까이 이어지는 '국가 비상사태' 속에 경찰이 체포·수색영장이나 명확한 증거 없이 심증만 가지고도 시민을 체포하거나 주거지 등에 대한 임의 수색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실제 국가 비상사태 기간 수감자는 7만5000여명에 이르는데 이중 약 7000명은 석방됐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그렇지만 부켈레 대통령은 대내외 비판에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인다.

엘살바도르식 치안 정책은 마약 밀매 조직 폭력으로 신음하는 주변국엔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에콰도르의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2곳의 대규모 교도소 건설 계획을 발표하며 "엘살바도르 정부에서 지은 것과 완벽히 같은 목표를 가진 감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이후 약 460여명의 사망자를 낸 교도소 내 갱단 분쟁을 막기 위한 방편이라고 배경을 설명한 노보아 정부는 별도로 교정시설 과밀화 문제 해결을 위해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등 외국인 수감자 약 1500명을 추방할 것이라는 방침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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