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이 감형을 받고자 피해자 동의 없이 ‘기습 공탁’하는 시도에 대해 검찰이 재판부에 피해자의 진의를 전달하는 등 ‘꼼수 감형’을 원천 차단한 사례를 밝혔다.
7일 대검찰청은 형사공탁 특례제도를 악용한 감형 시도에 △선고연기 내지는 변론재개 신청 △재판부에 피해자 의사 제출 △신중한 양형 판단 요청 등의 방안으로 적극 대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형사공탁 특례제도는 재판 중인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이나 연락처를 모르는 경우에도 형사공탁할 수 있게 한 제도로, 지난 2022년 12월 도입됐다. 피해자에게 직접적으로 합의를 종용하거나 협박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판결 선고 직전 피해자 의사에 반해 기습적으로 공탁금을 내고 감형받는 악용 사례가 발생해 문제가 됐다. 이에 대검은 지난해 8월 일선 검찰청에 대응방안을 마련했다. 재판부에 추가 양형 자료 제출을 위한 선고 연기나 변론 재개를 신청하고, 공탁 사실에 대한 피해자 의사를 확인해 재판부에 제출, 재판부에는 공탁 경위·금액·피해법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양형을 판단해 달라는 의견을 개진하라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대검이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인천지검은 만취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가 선고 직전 3000만 원을 형사공탁하자 이를 유족에 알리고, 공탁금을 거절한다는 뜻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재판부는 검사의 변론재개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피의자의 공탁사실을 유리한 양형 요소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명시하며 지난해 11월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검은 펜션에서 처음 만난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2000만 원을 형사공탁하자 피해자에 연락해 “피고인이 한번도 사과한 적이 없고 오히려 피해자를 고소했으면서 일방적으로 공탁을 접수한 사실이 불쾌하다”는 의사를 확인한 후 이 같은 사실을 재판부에 알렸다. 2심 재판부는 원심이 내린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유지한다고 선고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탁 관련 피해자의 의사가 제도적으로 양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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