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생의 젊은 피아니스트가 경기필하모닉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클래식계의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 속 예술감독에 취임하는 김선욱은 8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력을 의심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음악에 대한 확고한 의지나 철학, 고집이 있기 때문에 기대하셔도 좋다”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김선욱은 2006년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로 이름을 알렸다.
클래식계에서는 김 감독에 대해 KBS교향악단·서울시향 등을 지휘한 경력이 있긴 하지만 경력이 3년 정도로 길지 않은 만큼 과연 예술감독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김 감독은 “지휘자는 악보의 음표 너머의 의미를 찾는 사람이고, 저는 제 음악에 대한 지표가 확실히 있다”며 “첫 음부터 스토리와 기승전결이 확실한 살아있는 연주를 들려드리겠다”고 밝혔다. 서춘기 경기아트센터 사장은 “경기필하모닉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휘자”라며 “곡 해석 능력, 개성, 카리스마가 있어 단원들을 본인의 소리로 지배할 수 있는 분"이라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경기필하모닉은 12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취임 기념 음악회 겸 신년음악회를 개최한다. 새로 취임하는 김 감독에 대한 인기와 기대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이미 매진된 지 오래다. 연주회 1부는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서곡과 스크랴빈의 피아노 협주곡을 들려준다. 협연자로는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나선다. 김 감독은 “선생님께 저도 많이 배우고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고, 많은 관객들과 음악인들이 존경하는 분이니만큼 그 의미가 뜻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협연자 선정 이유를 밝혔다. 2부에서는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연주한다. 김 감독은 “성장하겠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취지에서 브람스 1번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올해 경기필하모닉은 5회의 마스터즈 시리즈를 준비 중이다. 베토벤 3번 ‘영웅’과 9번 ‘합창’, 말러 1번 ‘거인’, 슈트라우스 교향시 ‘영웅의 생애’ 등을 준비한다. 김 감독은 “타 단체에 비해 정기연주가 많지 않아 더 집중할 수 있다”며 “명성과 상관 없이 제 마음을 움직인 솔리스트들을 협연자로 모셨다”고 말했다. 바이올리니스트 라이너 호넥, 마크 부시코프와 피아니스트 바딤 콜로덴코 등이 경기필하모닉과 함께 한다. 그는 “이 외에도 여러 초청 연주와 놀랄 만한 솔리스트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앞으로 2년 간 경기필하모닉을 이끌게 된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김 감독은 개인 연주 일정과 레퍼토리를 줄이는 등 예술감독 활동에 집중할 예정이다. 그는 “제 우선순위 1순위를 굳이 꼽자면 경기필하모닉”이라며 “내년부터는 조금 더 많은 현대음악을 선보일 계획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각 프로그램마다 뚜렷한 색깔을 준비해 뒀으니 오실 때마다 오늘은 어떤 캐릭터를 보여줄까 기대하고 오시면 좋을 것 같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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