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정인교 칼럼]美 디리스킹 전략 더 명확해져야

정인교 전략물자관리원 원장

美, 경제 손실 줄이는 '탈위험' 목표 뒀지만

中은 '위장' 디커플링 인식, 대응수위 높여

전략 경쟁 심해질수록 세계경제 분절 악화

디리스킹 확실히 정의, 美中 대화 나서야





올해 예정된 전 세계 40여 개 국가의 선거 중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선거는 바로 11월 미국의 대선이다. 미국 대선에서 대외 통상 정책은 최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은 디리스킹 전략이다. 디리스킹이라는 용어는 익숙하지만 디리스킹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우리는 디리스킹을 ‘탈위험’으로 번역하고 있는데 국내외에서 아직까지 디리스킹의 정의와 범위에 대한 체계적인 논의가 없다.

지난해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대중국 디리스킹 전략은 지난해 1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처음으로 언급한 것이다. 미국은 WEF와 G7 정상회의 사이에 디커플링(경제 분리) 대신 디리스킹으로 전환했다.

WEF 2개월 뒤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브루킹스연구소 공개 강연에서 디리스킹 관점에서 대중국 정책을 밝혔다. 미국은 다차원적으로 중국과 경쟁하고 있지만 대결이나 갈등을 추구하기보다는 책임감 있게 경쟁을 관리하고, 가능한 한 중국과 협력하려고 노력해야 함을 강조했다.

당시 미국은 디커플링 정책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거친’ 디커플링 정책을 이어받았지만 세계 양대 경제 대국 간 완전한 경제적 단절은 가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미중 간 경제적 단절 이후 제3국 기업이 미국 기업이 떠난 중국 시장을 접수할 경우 예상되는 미국 내 정치 경제적 반발을 우려했다.

미국은 경제적 손실을 줄이면서 중국의 기술 굴기를 지연시키는 것을 디리스킹의 목표로 설정했다. 디스리킹의 일환으로 고성능 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에 대해서는 고강도 수출통제 조치를 발동했다. 이른바 ‘작은 마당, 높은 담장(Small Yard and High Fence·SYHF)’ 전략이다. 그러나 디리스킹을 설명하기에는 크게 부족하다.



SYHF 전략하에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 재설정에 나섰으나 성과를 보지 못했다.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직후인 지난해 6월과 7월에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을 비롯한 미국 고위급 인사 4명이 중국을 방문했다. 미중 전략 경쟁의 완화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중국이 디리스킹 전략을 서구 사회와는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디리스킹을 ‘위장된’ 디커플링으로 인식하고 디리스킹 대응 전략을 오히려 강화했다. 중국은 쌍순환 전략을 통해 국내 소비를 촉진하고 해외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고 있다. 또한 중국은 반도체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며 브릭스(BRICS),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상하이협력기구(SCO) 등 미국이 제외된 소다자 포럼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과 EU가 디리스킹 전략을 채택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높다. 갈륨·흑연 등 핵심 소재에 대한 중국의 수출통제로 첨단산업 공급망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 디리스킹 전략 채택 이후 중국과의 비즈니스를 준비했던 기업들은 통상 환경 악화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까지 EU는 물론이고 미국 당국이 디리스킹에 대해 정확한 정의를 제시한 적이 없다. 지금까지 제시된 자료를 종합하면 디리스킹은 중국의 무역 및 경제 규모, ‘중국몽’ 및 ‘중국 특색 시장경제’ 기조하의 정책으로 인해 제기되는 취약성을 완화하는 제반 정책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디리스킹 성과를 내야 한다. 경제난을 겪고 있는 중국은 비록 서구 사회의 중국 견제 정책에 맞대응하고 있지만 무역 환경의 안정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 미국과 EU는 중국과 디리스킹에 대해 솔직하게 대화해야 하고 세계경제의 분절이 더 이상 심화되지 않도록 논의해야 한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G7 국가를 포함한 국제사회는 디리스킹의 정의와 범위, 디리스킹 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나 로드맵을 확정해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