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들이 가자지구에서 억류 중인 인질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교전을 멈추고 하마스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센 가운데, 무장 단체들의 영상 공개는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8일(현지시간) 하마스와 함께 이스라엘을 상대로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PIJ)는 인질이 석방을 호소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미국 CNN 등에 따르면 PIJ의 무장조직 알쿠드스 여단은 작년 10월 7일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이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했을 당시 가자지구로 납치된 남성 엘라드 카치르(47)가 등장해 영어와 히브리어로 말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카치르는 알쿠드스 여단의 깃발 앞에 서서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은 기적"이라며 "나는 그들(정부)이 나를 비롯한 다른 모든 인질을 데려가고 이 전쟁을 끝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이 계속되면서 더 많은 군인과 인질들이 죽어가고 있다. 전쟁을 멈추고 인질들을 평화롭게 집으로 데려가라. 하마스와 함께 전쟁 포로 교환을 위한 협상을 하고 우리를 집으로 데려가라"고 호소했다.
그는 "가족들이 정말 보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니르 오즈 키부츠(집단농장)에서 납치된 카치르는 작년 12월 29일 PIJ가 공개한 인질 영상에도 등장한 바 있다.
그의 아버지는 하마스의 공격 당시 숨졌고 어머니는 가자지구로 납치됐다가 작년 11월 24일부터 7일간 있었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여성·어린이 인질-팔레스타인 죄수 교환 시기에 풀려났다.
카치르는 3분 30초간의 영상에서 키부츠 동료였던 타미르 아다르(38)의 죽음에 대해서도 애도를 표했다.
아다르는 키부츠 긴급대응팀의 일원으로 하마스 침투 경보를 받고 출동했다가 살해당했고 하마스는 그의 시신을 가자지구로 가져갔다.
그는 당초 인질로 잡혀 억류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 5일 키부츠 측에서 사망 사실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현재 가자지구에는 132명의 인질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군은 이들 중 20여명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은 중단된 상태다.
하마스는 지난 2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하마스 서열 3위인 살레흐 알아루리 정치국 부국장이 이스라엘이 배후로 추정되는 드론 공격으로 숨진 뒤 휴전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협상을 중재해 온 카타르도 최근 인질 가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알아루이 부국장의 사망에 따른 중동 내 긴장 고조로 인질 협상이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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