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소장품 중 해외 작품 비중이 미미하다는 지적을 받아 온 국립현대미술관(MMCA)이 올해부터 해외 미술작품 수집을 강화한다. 또한 한국의 근현대미술사 연구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김성희(사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9일 기자 간담회에서 “향후 후원회와 협력해 해외 미술품 수집을 위한 후원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연간 소장품 구입 예산에서도 해외 미술작품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여나갈 것”이라며 “현재 47억 원 수준인 연간 미술품 구입 예산 중 해외 작품 비중을 늘리고, 이를 통해 전체 작품 중 해외 작품의 규모도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날 2024~2026년 중기 운영방향과 주요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미술관은 우선 올해부터 해외 미술작품 수집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현대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1만1500여 점 중 국외 작품은 993점에 불과하다. 90% 이상이 국내 작가의 작품인 셈이다. 이 중 3분의 1은 기증받은 작품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부터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외국 작품을 수집해 국제적인 역량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 관장은 주요 작품 소장의 기회가 생기면 특별 예산을 배정받는 노력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일정한 작품이 수집 대상이 되면 한 해 배정된 예산에서 별개로 특별 예산을 추가로 따내는 전략도 고려하고 있다”며 “몇 점을 수집하느냐보다는 어떤 작품을 수집하느냐가 문제가 될 것이며, 주로 근대기의 유명한 작품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올해는 아시아와 여성을 키워드로 한 작품 수집에 주력하고, 내년에는 유럽 등 동시대 미술 작품의 수집을 늘린다. 2026년에는 국제 근현대 미술 대가 작품을 수집하는 데 힘을 기울인다. 이를 통해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는 국제적인 작가, 미학적 가치를 인정받은 작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 혹은 연구된 작가의 작품 등을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소개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이건희 컬렉션으로 기증받은 1448점 중 8명의 국외 작가 작품과 연계해 근대 작품을 수집하는 데도 주력한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기자간담회에 나선 김 관장은 조직 안정과 현재 공석인 학예실장 채용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학예실장은 미술관 전시 기획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해 학예실장 내정자가 음주운전, 직장 내 괴롭힘 등의 문제로 중징계 처분을 받은 이후 실장 자리를 오랜 시간 공석으로 남겨뒀다. 4월에는 윤범모 전 관장이 임기를 1년 10개월 남기고 관장직에서 내려오면서 관장과 학예실장이 모두 빈자리였다. 지난해 9월 임명된 김 관장은 “이 달 서류전형과 면접이 진행될 것이며 3월이면 임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직원과 자주 소통의 기회를 가지며 조직 안정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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