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전쟁의 폐허 위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했다. 이 과정에서 구미산단·미포산단·여수산단 등 지방에 산업 거점이 생겨나고 지방 경제와 국가 경제가 함께 성장해왔다.
하지만 21세기 정보통신 혁명과 첨단 산업으로의 구조 전환이 본격화하면서 지방 경제는 위협받고 있다. 정보 인프라와 창의력 있는 인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수도권에 기업이 몰리고 지방 인재는 다시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해결책으로 미래 지방 경제의 생태계를 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회발전특구를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입지가 필요한 2차전지·반도체·미래차 등에서 ‘앵커 기업’이 지방에 투자해 지역의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고 혁신 일자리를 창출한다. 기존 특구의 차별성 없는 인센티브 체계, 지방과 괴리된 중앙정부 중심 추진이라는 한계도 개선한다.
가장 큰 특징은 ‘지역 주도형 균형발전’의 지방 시대 철학에 맞게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특구를 설계·운영한다는 점이다. 지방 발전 전략과 기업 투자 수요를 바탕으로 입지를 선택할 수 있다. 광역시 150만 평, 도 200만 평 범위 내에서 특구 개수와 형태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고 운영과 투자유치에 필요한 지원 사업도 패키지로 구성할 수 있다.
규제에서도 지방정부가 주인공이 된다. 중앙정부 시각의 획일적 규제에 대해 지방정부가 직접 특례를 설계할 수 있다. 그간 천편일률적인 규제들이 지역에 특화된 산업을 육성하는 데 장애가 돼왔다. 기회발전특구로 지방정부가 기업·지방의회·중앙정부와 논의해 입지·건축 등 규제를 맞춤형으로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만 국민의 건강·안전·노동 관련 규제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바라봐야 할 것이다.
세제·재정 인센티브와 정주 여건 개선 등 파격적이고 다양한 혜택도 주어진다. 수도권 사업장 처분 시 양도 차익에 대한 소득·법인세뿐만 아니라 상속세, 공장 설립 시의 취득·재산세, 운영 중 법인세 등 기업의 지방 투자 전(全) 단계에서 세제 지원이 강화된다.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지원 확대도 더해진다. 근로자가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주택 특별공급, 주택 양도세 특례 부여, 소기업 공동 직장 어린이집 설치 지원 우대 등 정주 환경을 위한 지원도 준비돼 있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는 지방정부가 주인이 돼 민간 기업과 파트너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발전 특구를 설계하고 추진 방안을 확정했다. 올해는 이를 실천하고 행동하는 한 해가 돼야 한다. 민간 기업은 과감히 투자를 결정하고 지방정부는 정주·교육환경 등을 개선해 투자를 도울 것이다. 중앙정부는 재정·세제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이들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첨단산업 중심의 지속 가능한 일자리의 온기가 지역 구석구석에 전해져 지역 경제 활력의 선순환 체계가 구축되기를 기대해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