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여기는 왜 의자가 없어?”
“지금은 편한데 오래 타야 하는 사람들은 힘들지 않을까요?”
10일 서울시가 '좌석 없는 지하철'을 처음으로 시범운행한 가운데 출근길 시민들은 처음 보는 열차 풍경에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부터 서울교통공사(공사)는 출·퇴근 시간대 혼잡도 완화를 위해 4호선 전동차 1량의 의자를 제거한 뒤 시범운행했다. 4호선 열차 1량 최고 혼잡도는 193.4%(지난해 3분기 기준)로 지하철 1~8호선 중 가장 높은 편이다. 공사는 이 중에서도 특히 혼잡도가 높고 객실 의자 아래 중요 구성품이 적은 3호차(4번째 칸 또는 7번째 칸)를 의자 제거 대상 칸으로 정했다.
서울경제 취재진은 이날 오전 7시 50분께 상계역에 도착한 ‘좌석 없는 객실’에 탑승했다. 차량은 좌석이 사라진 채 범시트(입식 등받이 의자)와 함께 지지대 및 손잡이가 추가 설치된 모습이었다. 단 객실 양쪽 끝 노약자석만은 남아있었다.
일부 승객들은 미처 시범운행 소식을 접하지 못한 듯 들어가다 멈칫하는 모습을 보였다. 몇몇은 차량 문에 부착된 안내문을 확인한 뒤 차량 모습을 촬영하기도 했다. 당고개역에 출발한 해당 열차는 몇 정거장 이동하지 않아 금세 시민들로 꽉 차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승객들은 추가로 설치된 손잡이를 잡고 중심을 유지했지만, 정중앙에 선 경우에는 여전히 잡을 만한 곳이 없어 비틀거리기도 했다.
사당역까지 주행을 마친 뒤에는 다시 당고개 방향으로 한 차례 운행이 이뤄졌다. 기자가 오전 9시 20분께 서울역에서 해당 차량에 타보자 이른 아침보다 훨씬 쾌적한 모습이었다. 이때는 좌석이 있는 다른 칸에도 잉여 좌석이 있는 만큼 사실상 일반 승객들보다 취재진이 더 많은 수준이었다.
이날 시민들은 의자를 모두 없애 탑승 공간을 추가 확보하겠다는 취지에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SNS에서 한 네티즌은 “정말 별로인 아이디어”라면서 “일반 칸 혼잡도가 훨씬 증가했다”고 비판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네티즌은 “1시간 넘게 서서 가는 사람들은 의자 없으면 후유증으로 며칠을 고생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좌석 없는 칸에 탑승했던 이들 중 몇몇은 다음 정차역에서 빠르게 내려 좌석이 있는 옆 칸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반면 시범운행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다. 평소 9호선을 주로 이용한다는 권 모(28) 씨는 "2호선이나 9호선에도 이런 게 생기면 좋을 것 같다"면서 출퇴근길 혼잡도가 높은 다른 노선에도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압사 및 넘어짐 사고 등 안전 문제에 대한 걱정은 없냐는 질문에 권 씨는 "사실 조삼모사라고 생각한다"면서 "지금도 좌석 한 줄을 제외하고는 칸에 사람들이 꽉 찬 상태로 서서 가는데 별반 차이가 있을까. 사고가 나더라도 위험한 건 똑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시범 운행 기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공사는 객실 의자 제거를 통해 4호선 열차 1칸 최고 혼잡도가 최대 40%까지 개선되고, 칸당 12.6㎡의 탑승 공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범사업에서 실제로 이 같은 혼잡도 개선 효과가 검증되면 공사는 확대 시행도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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