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취업자가 전년 대비 32만 7000명 늘어나 3년 연속 증가했다. 또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을 나타내는 고용률은 196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62.6%에 달했다. 실업률도 2.7%로 전년보다 0.2%포인트 떨어졌다. 이 같은 지표만 본다면 고용 상황은 ‘장밋빛’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빛 좋은 개살구’다. 15~29세 청년 취업자는 9만 8000명 급감했고 ‘경제 허리’라는 40대 취업자는 5만 4000명 줄었다. 60세 이상 고령자 일자리가 36만 6000개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고용률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와중에 청년 고용률은 모든 연령층 중 유일하게 하락했다. 제조업 취업자 수도 4만 3000명 줄어 3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을 보였다.
지난해 12월에는 사정이 다소 나아졌다. 수출 증가로 제조업 취업자가 1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청년 고용률도 0.1%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올해 고용 시장 여건이 녹록지 않아 ‘반짝’ 개선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외 불확실성과 내수 부진, 건설 경기 침체 등으로 우리 기업들은 연초부터 한껏 움츠러든 상태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0인 이상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올해 채용을 줄이겠다는 응답이 30.5%에 달해 취업 시장의 한파가 예상되고 있다. 채용을 늘리겠다는 기업은 14.9%에 그쳤다. 정부도 올해 취업자 증가 폭이 23만 명 수준으로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화내빈’에 그친 지난해 일자리 사정은 질 좋은 일자리 부족과 임금·근로 조건 격차로 인한 일자리 미스매칭 등 우리 고용 시장의 고질적 문제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기업들이 구인난에 허덕이는데도 그냥 ‘쉬었다’는 2030세대가 2만 2000명에 달한 현실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청년들의 근로 의욕이 꺾여 인력 수급의 불일치가 심화되면 제조 기반이 흔들리고 성장 동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해법은 결국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인 기업들이 마음껏 뛰며 모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신산업을 가로막는 규제 사슬을 혁파하고 고용 시장의 경직성을 타파하기 위한 노동 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해 ‘기업 투자 확대-고용·임금 개선-경기 상승’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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