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한민국을 ‘주적’으로 규정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노동당 중앙위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통일 논의 포기를 하며 ‘남조선’을 더 이상 동족이 아닌 적대적 교전 국가로 규정한 데 이어 9일 중요 군수공장 현지 지도를 하며 직접 주적 규정을 처음으로 명확히 했다. 김 위원장의 주적 규정은 곧 당의 방침이자 정책화라는 점에서 군사행동을 비롯한 대남 초강경 행보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으로 북한의 대남 ‘주적화’ 행동 양상은 다양하게 표출될 것이다. 우선 한국(한미)의 훈련이나 군사행동에 대한 비례적 또는 초과 맞대응 양상이다. 특히 2~4월, 8~9월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 등에 맞춰 ‘작전’ 개념의 공세적 대응 가능성이 높다. 한미(일) 훈련을 명분으로 전술핵무기 보유의 ‘비대칭성’을 과시하는 미사일 시위를 과감하게 벌일 수도 있다. 올해 8월 있을 을지자유의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에서 한미 핵협의그룹(NCG) 협의에 따라 핵 작전 연습이 예고돼 있는 만큼 이 시기에 맞춰 북한이 공세적 대응으로 긴장의 파고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둘째, 한국의 총선을 염두에 두고 긴장 조성을 위한 위협 시위용 훈련이나 무기 시위 가능성이 높다. 북방한계선(NLL)·군사분계선(MDL)을 넘는 무기나 병력의 국지적 도발보다는 남북 간 긴장을 높이고 한국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대남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심리전 차원에서 동·서해상에서의 시위성 위협 훈련을 빈번하게 펼칠 수 있다. 셋째, 무인공격기·무인정찰기·수중무기 등 한국이 대응하기 어려운 무기로 위협할 수도 있다. 동·서해 해안 지대나 휴전선 인근 지역에서 무인 공격기를 동원해 미사일 발사를 하거나 무인 정찰기를 MDL에 인접시켜 시위성 정찰 행위를 하는 방식으로 긴장을 조성할 수 있다. 이 밖에 수중이나 해상에서 전략순항미사일이나 핵 어뢰 등을 남쪽 특정 지점으로 발사하는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 이 모두 단기적으로는 안보 불안정성을 키워 한국 총선에 영향을 미치는 한편 11월 미국 대선과 그 이후를 염두에 두고 조 바이든 정부의 한미 대북 억제 강화의 실패를 보여주는 행보로 삼을 수 있다.
2024년 북한의 전반적 정책 기조는 올해 남북 관계에서 예상되는 파고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이다. 북한이 밝혔듯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 4년차의 성과 극대화가 최우선 정책이다. 무려 여덟 가지 부문의 무기 개발 내용을 밝혔다. 특히 4·11월 예정된 한국의 정찰위성 발사에 맞춰 북한도 3기의 정찰위성 발사를 목표화했다. 남북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정찰위성 발사 경쟁을 하는 구도가 올해 뉴스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가능성이 높다. 대외적으로 북한은 진영 구도에 편승한 반미 코드 선전 프레임을 강화해 진영 내 핵보유국 승인 효과를 노릴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러 간 군사 협력을 강화할 것이고 북중 수교 75주년을 활용한 고위급 외교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당의 유일 사상 체계 10원칙’ 발표 50주년을 계기로 김정은의 우상화가 전면화될 것이다. 이런 내용 모두가 사실상 대남 투쟁 원칙에 기초해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2024년 남북 관계에서 긴장의 파고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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