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10일(현지시간)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북한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군사적 협력 조짐이 없다고 밝혔다. 사진까지 공개하며 양측의 협력을 주장했던 한국의 국가정보원과는 다른 판단을 내놓은 것이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하마스에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질문받자 "하마스와 북한 사이에 어떤 군사적 협력이 있다는 징후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반면 앞서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 8일 하마스가 사용한 F-7 로켓의 신관(포탄 기폭장치) 부품이 북한산으로 보인다는 미국의소리(VOA) 방송 보도에 대해 "동일하게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정원은 "북한이 하마스 등을 대상으로 무기를 제공한 규모와 시기에 관해 구체적인 증거를 수집·축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측이 완전히 상치되는 발언을 한 것은 아니지만 북한-하마스 간 군사 거래 의혹에 대한 정보 판단에서 '온도 차이'가 감지됐다.
이와 관련,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 당국자는 한미 간 정보 판단의 간극 유무에 대해 "우리는 역사적으로, 그리고 최근에 공개된 영역에서 북한의 무기가 하마스에 의해 사용된 증거물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당국자는 "커비 조정관이 오늘 브리핑에서 말한 바와 같이 우리는 북한과 하마스의 군사협력 징후는 보지 못했다"고 재확인했다.
결국 미국은 '하마스의 북한산 무기 사용' 증거는 자신들도 인지하고 있으나 그 증거가 곧바로 '북한-하마스 간 군사협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마스가 북한에 직접 '주문'을 넣고 무기도 직접 전달받은 것이 아니라, 제3국의 개인 또는 단체 등 중개상을 거쳐 북한 무기가 하마스에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을 미측은 배제하지 않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과 하마스가 작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 및 그 이후 모종의 군사협력을 하고 있는 정황은 파악한 바 없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일 수도 있어 보인다.
커비 조정관과 또 다른 미국 당국자의 이 같은 입장에서는 고도의 민감성을 가진 북한 문제에 대해 최대한 입증된 내용에 기반해 입장을 밝히는 신중한 태도가 엿보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