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마추어 대회 출전으로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을 찾은 임지유(19·CJ)는 그곳에서 정말 원 없이 연습했다. 경기는 낮 12시에 마쳤는데 연습을 오후 5시까지 했다. TV로만 접하며 흥분했던 ‘마스터스의 고향’이라 조금이라도 더 현장에 머무르고 싶었다고.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하는 마음도 설렘 가득이다. 최근 인터뷰한 임지유는 “정말 설레고 기대가 많이 된다. 파워풀하면서도 부드러운 저만의 골프를 보여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임지유는 올 시즌 KLPGA 투어를 새롭게 빛낼 특급 기대주 가운데 한 명이다. 지난해 4월 세계적인 권위의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에서 공동 5위에 올라 2019년 창설 이래 한국 선수 최고 성적을 냈다. 종전 최고는 방신실의 공동 8위였다. 임지유에 7타 앞서 우승한 로즈 장(미국)은 현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고 신예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무대는 달라도 임지유의 목표 역시 최고 신예다. “기준은 높이 둬야 좋겠죠? 우승과 신인상, 그리고 상금 랭킹 톱 5가 목표예요. 그러면 연말에 스스로 칭찬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섯 살 때 외할머니를 따라 연습장에 갔다가 “퍼트 연습하며 쏙 넣는 재미”로 쭉 골프를 하게 된 임지유는 더없이 화려한 아마추어 경력을 자랑한다. 2019년 KLPGA 회장배 여자아마선수권, 2021년 송암배, 2022년 테일러메이드 드림챌린지 등 우승 횟수만 줄잡아 여덟 번이다.
그랬던 그에게 지난해 가을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아픔이었다. 대회 1라운드 날 코로나19에 걸린 것. 인생 첫 확진이었다. 선수촌에서 약을 구해 먹었지만 열과 극심한 두통이 계속됐고 공이 2개로 보일 정도로 어지러웠다. 38.5도까지 오른 체온은 나흘 내내 내려가지 않았다. “첫날 딱 ‘와, 이거 한국 돌아가야 되나’ 싶더라고요. 하지만 단체전 메달이 걸려있는데 어떻게 포기를 하겠어요. 어떻게든 참고 경기했고 팀원들도 정말 많이 도와줬어요.” 개인전을 컷 탈락한 임지유는 팀원인 유현조, 김민솔과 함께 단체전 은메달을 땄다.
마지막 날은 세계 랭킹 2위 인뤄닝(중국)과 같은 조로 쳤다. 임지유는 “프로 대회 출전 기회도 포기하면서 준비한 아시안게임이었기에 많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보고 들으며 배운 게 많다”고 했다. 인뤄닝과 K팝 얘기로 어색함을 깬 뒤 멘탈 관리법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또 다른 국제 대회에서는 1위를 달리다 한 홀에서 5타나 잃어 6등으로 끝낸 경험도 있다. “아마추어 때 해볼 수 있는 것들을 다 해봤다고 생각해서 후회는 없다”고 말하는 이유다.
아이언 샷이 강점인 임지유는 지난해 두 달 새 드라이버 샷 거리를 최대 30m나 늘렸다. 지금은 캐리(날아간 거리)로만 230m(약 250야드)를 쉽게 보낸다. “(지난해 신인 2승을 한 투어 최장타자) 방신실 언니 플레이를 보면 너무 혼자 편해 보이는 거예요. 시행착오 끝에 나름 거리를 늘려 놓고 나니 시드전(10위로 통과) 때 확실히 편하기는 하더라고요.” 인스타그램으로 물색한 장타 전문 ‘족집게’ 코치에게 연락해 레슨을 받은 뒤 어머니와 연구하는 식으로 집중 훈련을 진행했다. 단기간에 그렇게 극적인 효과를 본 데는 고교 때까지 씨름을 한 아버지 영향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2022년 한국여자오픈 공동 7위 등 가끔 나간 KLPGA 투어 대회에서 이미 좋은 성적을 내온 임지유는 “부족한 쇼트 게임을 기본부터 점검해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며 14일 겨울 훈련지인 태국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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