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임대사업 주택 매입가격 기준을 '원가 이하'에서 다시 '감정가' 수준으로 현실화한다. 지난해 4월 고가매입 논란이 일었던 '수유 칸타빌' 사태 이후 실적이 저조하자 사업을 정상화해 전세사기 피해자와 주거 취약자 등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14일 국토교통부와 LH에 따르면 정부는 LH 매입임대사업의 주택 매입 가격을 현재 '원가 이하'에서 '감정가' 수준으로 완화하는 개선방안을 마련 중이다.
매입임대사업은 청년·신혼부부나 고령자·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시행하는 주거복지제도 중 하나다. LH 등 공공기관이 다가구와 아파트 등 기존 주택을 매입하거나 사전 약정을 통해 신축 주택을 매입해 해당 주택을 임차인에게 낮은 임대료로 제공하는 구조다.
그러나 지난해 4월 LH가 준공 후 미분양이 발생했던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를 사들이며 고가 매입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LH는 공공건설임대 표준 건축비를 적용해 '원가 이하' 금액에만 주택을 매입하기로 제도를 개선했다.
기준이 강화되면서 정부의 매입임대사업 실적은 극도로 낮아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LH의 매입임대사업 실적은 1만 가구를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연간 목표 물량인 3만 5000가구의 30%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가운데서도 기존 준공주택 매입실적은 거의 없고, 건축 예정인 주택을 매입하는 신축매입 약정형 물량이 대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부동산 경기가 꺾였다고 해도 준공 주택을 원가 이하에 매입한다는 것은 매도자가 손해를 보고 팔 수밖에 없다는 의미인 만큼 거래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건축비 상승과 금리 인상 등으로 신축매입 약정 실적도 부진하다는 점을 고려해 이 방식에 대해서도 기준을 완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매입임대사업의 매입가를 현실화하는 것은 전세사기 피해주택 우선 매입을 위한 절차기도 하다.
국토부는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LH가 전세사기 피해자 주택을 감정가 수준에 협의 매수해 보증금 반환 금액과 반환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은 경매로 넘어간 전세사기 주택을 LH가 피해자의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경매 입찰을 통해서만 매수하도록 되어 있는데, 앞으로는 특별법을 개정해 감정가 수준에서 LH가 임대인 및 채권자들과 협의매수가 가능하도록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LH의 매입임대 주택 매입 단가를 감정가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매입 임대사업을 정상화하고,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현실적인 지원 방안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제도 개선을 서두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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