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인구를 보유하고 5위 경제 규모를 달성한 인도의 발전은 눈부시다. 주요 20개국(G20) 나라 중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당분간 이러한 추세는 바뀔 것 같지 않다.
인도의 고도성장은 전력 수요의 지속적인 증가로 연결된다. 현재 인도는 중국·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에너지 수요가 큰 나라인데 1인당 전력사용량은 한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인도 전력수요는 2040년까지 연평균 4.5%씩 증가해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2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정부는 친환경 에너지원을 확대할 계획이지만 현재 석탄발전 의존도는 73%나 된다. 인도의 태양광·수력·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전체 발전 설비용량의 43%임에도 실제 발전에 기여하는 정도는 15% 수준이다. 신재생에너지의 특성상 필요한 에너지저장장치(ESS)나 관련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도 정부는 탄소 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효율이 높은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싶어 한다.
인도는 현재 7개 지역에 7380㎿e 용량의 23기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고 4개 발전소에 6600㎿e 8기를 건설 중이며 700㎿e 규모의 중수로형 원자로 10기를 추가 계획 중이다. 2030년까지 20GW 규모의 원전 확보가 목표다.
그간 인도 원전 산업에는 1962년 만들어진 원자력법 때문에 외국 기업의 참여가 쉽지 않았다. 원자력발전에 대한 외국인투자(FDI)는 금지돼 있고 설비 및 기자재 공급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재가 없기는 하지만 인도원자력발전공사(NPCIL)를 비롯한 공공 부문이 산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국산화가 어려운 일부 품목에 한해 수입하고 있다.
핵무기 개발로 인한 국제 제재의 여파로 인도 원전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중수로형 원자로가 대부분이다. 자체 설계와 오랜 개발 및 운영 경험을 통해 현지화가 잘돼 있기 때문에 중수로형 원자로는 외국 기업이 참여할 기회가 제한적이다. 경수로형 원자로는 러시아에서 공급한 바 있고 미국·프랑스와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한국도 가격 경쟁력이 높은 3세대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고 건설이나 장비 분야에서도 현지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진출할 여지가 있지만 정부 간 협정이 선결돼야 한다.
소형모듈원자로(SMR)의 경우 인도는 아주 최근에야 시작했기 때문에 기존 설계를 보유하고 있지 않고 외국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인도 정부의 싱크탱크인 니티아요그는 외국인 직접투자 개방 확대를 위해 정책 및 법률의 변경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한국의 중소형 원자로 ‘SMART’는 효율성이 높은 설계자산이며 특히 인도가 가장 필요로 하는 비용 효율적인 솔루션이다. 그런 만큼 인도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에 따라 한국 기업들에 좋은 기회가 될 여지가 크다. 이 분야에서도 발 빠르게 건설을 추진 중인 중국이 있지만 최근 인도 정부의 대중국 관계를 고려한다면 우리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때다.
KOTRA는 지난해 10월 10일 뭄바이에서 개최된 인도원전콘퍼런스(INBP)에 한국원전수출협회·한국원자력연구원 및 10개의 국내 기업과 함께 참가했다. 행사를 통해 우리 기업은 NPCIL·BHEL·L&T 등 인도 기업과 설비·기자재 공급 상담을 진행하면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간담회에 참여한 봄베이 인도공과대(IIT)의 수닛 싱 교수는 “인도 원전 시장은 쉽지 않은 도전이겠지만 인도의 정책 기조 변화에 따라 한국 기업들을 위한 기회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