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 재투표에서 최종 부결된 법안까지 되살려 강행 처리를 시도하고 있다. 민주당은 15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여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통과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4월 거부권을 행사했던 기존 양곡법 개정안을 부활시키려고 민주당이 두 법안을 마련했다. 이날 안건조정위에서 민주당은 자기 당 출신의 윤미향 무소속 의원을 비교섭단체 몫으로 포함해 사실상 ‘민주당 4 대 국민의힘 2’ 구도를 만들고 법안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새 양곡법과 농안법의 문제점으로 당초 법안보다 정부의 가격 보상 대상 작물을 대폭 확대했다는 점이 거론된다. 기존 양곡법에는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모두 매입한다’고 돼 있었다. 하지만 새 법안에서는 ‘정부는 미곡의 가격이 폭락하거나 폭등하는 경우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거나 정부 관리 양곡을 판매하는 등 대책을 수립·시행하도록 한다’로 변경됐다. 농안법 개정안의 골자도 쌀과 주요 농산물 시장가격이 기준가격에 못 미칠 때 일정 차액을 보전하도록 하는 ‘가격안정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쌀에 한정했던 정부의 최저가 보장 대상 작물을 배추·무·고추·마늘·양파 등으로 크게 넓힌 것이다. 이를 두고 당초 법안보다 포퓰리즘 성격이 더 강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잖아도 기존 양곡법은 쌀 과잉생산과 재정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쌀 한 품목만 가격 보장을 해도 재정 보전액이 2034년에 최대 4조 1700억 원에 달한다.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양곡법과 농안법이 국회를 최종 통과해 다른 농산물까지 최저가 보장 대상에 포함되면 그에 따른 재정 부담은 천문학적 규모로 급증할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새 법안 시행 시 소요될 비용 추계조차 제대로 제시하지 않았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농민들의 환심을 사려는 보여주기식 졸속 입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거대 야당이 입법권을 득표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이 재정준칙 법안 등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민주당은 당리당략에 따른 입법 폭주를 접고 경제 살리기 입법에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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